대법원 특별조사단이 하창우 전 대한변협 회장에 대한 사찰 정황이 담긴 문건을 확인했음에도 이에 연루된 대법원 인사들에 대한 별도 징계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이와 관련한 추가 조사도 벌이지 않아 은폐하려던 것 아니냐는 의심이 짙어지는 양상이다.
대법원 특별조사단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해 조사하면서 모두 합쳐 410개의 문건을 발견했고 이 중 98개를 언론에 공개했다.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문건 중에는 ‘대한변협 압박방안 검토’ ‘대한변협 회장 관련 대응방안’ 등이 있었다. 법원행정처는 검찰 요청에 따라 지난달 26일 410개의 문건을 검찰에 제출했다. 당초 비공개였던 문건 내용은 검찰 조사를 받은 하 전 회장 측에 의해 간접적으로 공개됐는데, 행정처가 하 전 회장 뒷조사를 한 뒤 이를 언론 등에 흘려 불이익을 주려던 정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러나 행정처는 사찰 등 비위 정황에 대한 추가적인 내부 조사를 하지 않았고 징계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앞서 사법행정권 남용에 연루된 법관 13명만 징계한다고 밝혔을 뿐 하 전 회장 사찰 정황에 따른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의견을 들었을 때 수사를 받으라는 의견이 많아 (추가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사법부의 민간인 사찰 정황이 발견됐는데 수사만 기다리겠다고 하는 태도가 과연 맞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특별조사단은 지난 5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는 “뚜렷한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돼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상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었다.
행정처는 논란이 커지자 관련 의혹에 연루된 행정처 관계자들의 하드디스크를 ‘이미징(복사)’하는 방식으로 검찰에 제출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처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저촉하지 않는 선에서 검찰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행정처는 검찰의 이미징 과정을 참관하는 한편 하드디스크 사용자와 문건에 언급된 인사에게 이미징에 대한 동의를 받는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신자용)는 국제인권법연구회 및 연구회 산하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 소속 판사들을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 중이다. 행정처가 작성한 410개 문건에는 ‘인권법연구회 대응방안’ 등의 문건이 포함돼 있었다. 검찰은 소환자를 대상으로 문건에 적힌 내용이 실제 이행됐는지 확인하고 있다.
문동성 이가현 기자 theMoon@kmib.co.kr
김명수 대법원, 민간인 사찰 덮으려 했나
입력 2018-07-02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