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업계가 중대한 기로에 섰다. 미국의 통상압력 등 녹록지 않은 외부 환경에 내부적으로는 사업다각화와 조직 혁신에 대한 요구가 높다. 이런 가운데 최근 사령탑이 바뀌고 조직 개편 등이 잇따라 예정되면서 철강업계에는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칠 전망이다.
포스코는 최근 차기 회장 후보 선임 절차를 사실상 마무리하고 최정우(61) 포스코켐텍 사장을 새로운 리더로 선택했다. 최 내정자는 친환경 신소재 에너지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등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안팎에선 포스코가 강도 높은 체질 개선 작업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계적인 철강 업황 부진으로 신흥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해외에서 적자를 내고 있는 계열사에 대한 ‘정리’는 최 내정자가 완수해 낼 임무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베트남에서 철강구조물 가공 및 판매 사업을 하고 있는 ‘포스코 E&C 베트남’ 등 일부 해외 계열사는 만성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1일부로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동국제강은 2015년 횡령과 해외 도박 혐의로 구속됐던 장세주 회장의 출소와 함께 최고운영책임자(COO) 역할을 수행하는 사장 직책을 신설하고, 후판사업본부장을 맡아온 김연극 전무를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미국발 통상 압박에 업계의 수출 여건이 좋지 않은 데다 국내 조선업계 침체로 철강시장 상황이 부정적인 가운데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인사라는 분석이다. 조직 슬림화를 통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영업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동국제강은 5본부 2실(구매·봉강·형강·후판·냉연사업본부, 지원·전략실)을 1본부 4실(영업본부, 전략·재경·인재경영·구매실)로 개편했다. 하지만 장 회장의 신뢰를 오랫동안 받아온 것으로 알려진 김 전무가 부사장을 거치지 않고 사장으로 승진한 것을 두고 이번 인사가 장 회장의 경영 복귀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많다.
현대제철은 모회사인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본격화될 경우 정의선 부회장 체제로 변경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현대제철의 수장이 교체될 수 있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현재 현대제철 부회장이 정몽구 회장의 신임을 받아 철강사업을 이끌어 오고 있지만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이슈와 현대자동차의 실적 부진 등이 교체 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 현대제철은 그간 실적을 견인해온 철근과 자동차강판 부문에서 영업이익이 감소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래 성장 동력 확보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발 무역전쟁이 우리나라와의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적다는 시각이 많지만 철강업계는 시장상황을 주시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국제금융센터 김성택 연구원은 1일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등은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부과를 언급하고 있는 분야”라면서 “무역갈등이 확산될 경우 글로벌 공급 충격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회장 교체·조직 개편… 철강업계, 변화 바람 분다
입력 2018-07-01 18:25 수정 2018-07-01 2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