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 힘이 떨어질수록… ‘여의도’와 멀어진다?

입력 2018-07-02 04:04
자유한국당이 서울 여의도 한양빌딩(왼쪽)에 있던 당사를 영등포구 당산동 우성빌딩(오른쪽)으로 옮겨 이달 중순부터 당무를 시작한다. 뉴시스

자유한국당이 11년간의 ‘여의도 시대’를 마감하고 이달부터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마련한 새 당사에서 업무를 시작한다. 바른미래당도 두 곳에 운영 중인 여의도 당사를 하나로 합치기로 했다. 당사의 위치와 규모는 당세(黨勢)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당의 성쇠에 따라 당사도 부침을 겪을 수밖에 없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멀어지거나 축소되는 당사는 두 보수 야당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한국당은 당사를 여의도 한양빌딩에서 영등포구 당산동 우성빌딩으로 옮기기로 확정한 상태다. 당 관계자는 1일 “이미 이사를 시작했고 이달 중순부터 새 당사에서 당무가 공식적으로 시작된다”고 말했다. 당사를 옮기면서 국회로부터 거리가 560m에서 1.3㎞로 멀어졌다. 당사 임차 규모도 6개 층에서 2개 층으로 줄었다.

한국당은 지방선거 패배 후 당비 수입이 월 2억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당사 이전을 결정했다.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싼 곳으로 옮기면서 월 8000만원 정도의 경비를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여의도에서 당사를 빼야만 하는 현실에서 권력무상을 느낀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은 당사 한 곳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은 여의도에 있는 비엔비타워(구 국민의당 당사)와 태흥빌딩(구 바른정당 당사)을 당사로 쓰고 있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당사를 비엔비타워로 통합하는 방안과 제3의 부지로 이사하는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도 당세에 따라 당사를 옮긴 경우가 있었다. 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당이 좌초될 위기에 놓이자 국회에서 불과 500여m 떨어져 있던 당사를 팔고 여의도공원 건너편 중소기업전시관 터에 ‘천막 당사’를 차렸다. 한나라당은 2007년 17대 대선에서 승리해 여당이 되면서 한양빌딩으로 이사했다.

2016년 총선과 지난해 대선에서 잇따라 승리한 더불어민주당은 정반대 상황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2월 여의도 장덕빌딩을 200억원에 매입해 무려 10개층을 쓰고 있다.

민주당도 예전에 수차례 당사를 옮긴 적이 있다. 노 전 대통령 당선 후 창당한 열린우리당은 국민일보가 입주해 있는 여의도 CCMM빌딩을 당사로 사용했지만 2004년 3월 17대 총선을 한 달 앞두고 불법적인 창당자금 수사 사건이 터지면서 여론이 악화되자 국회에서 1.4㎞가량 떨어진 영등포시장 내 농협 청과물공판장 폐건물로 당사를 이전했다. 이후 2013년 9월에야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국회에서 511m 떨어진 대산빌딩에 입주하며 여의도로 복귀했다. 하지만 재보선에서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에 참패했고, 2014년 안철수 전 의원이 이끌던 새정치연합에 흡수·합당되면서 새정치연합이 쓰던 신동해빌딩으로 다시 이사해야 했다.

심우삼 이종선 이형민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