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희(사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화장실 몰카(몰래 카메라)를 당할까봐 두려움에 떠는 여성도 이미 피해자”라며 “몰카 영상이 확산되는 유통구조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서 대표는 1일 국민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1000명 중 1명이 피해를 당할 확률이라고 해도 그 1명이 나일 수 있다는 불안이 몰카 공포증의 실체”라며 “‘지나치게 불안해 한다’고 볼 게 아니라 여성의 공포를 이해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몰카 유통의 온상지인 소라넷을 지난해 폐지하는 데 앞장섰던 사람들이 만든 시민단체다.
서 대표는 몰카 영상으로 돈을 버는 온라인 유통구조를 핵심 문제로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웹하드 사이트들은 저작권이 없는 몰카 촬영물을 유통시키며 떼돈을 벌기 시작했다. 서 대표는 “지난해 웹하드를 뒤졌을 때 피해 촬영물이 사이트 당 3만∼10만개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법 촬영물을 유통한 플랫폼 사업자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서 대표는 “동의 없이 촬영된 영상을 유포하는 사업자를 겨냥한 처벌 조항이 없고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죄는 처벌 수위가 낮다”며 “그렇다보니 몰카 범죄가 이슈가 될 땐 영상 업로드가 사그라졌다가 곧 다시 부활한다”고 지적했다.
서 대표는 정부가 내놓은 몰카 영상 삭제 지원 대책으로는 여성의 불안감을 해소시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후 지원보다 사전 예방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당장 눈앞에서 몰카 영상이 떠다니고 있는 상황인데 사후 대책이 도움이 되겠느냐”며 “몰카 유통 사업자를 강력하게 처벌하고 위장형 카메라 구입도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현재 미국 사이버성폭력 피해자 지원 단체인 ‘사이버 시민권리 구상(CCRI)’과 협력해 미 연방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국내 몰카 영상 유통 플랫폼의 다수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데 미국엔 관련 처벌법이 없어 삭제에 어려움이 많다”며 “몰카 영상 유통 플랫폼을 차단하고 사업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연방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대만 미국 호주 말레이시아 일본 등에 있는 비정부기관과 협약을 맺어 몰카 피해 지원을 위한 국제 연대도 구축하고 있다. 지난 30일엔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불법포르노 사이트 135곳을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몰카 촬영물이 사이트 당 3만~10만개, “사업자를 처벌해야 한다”
입력 2018-07-02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