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장맛비가 내린 1일 오전 10시30분 경기도 평택 기쁜교회(손웅석 목사) 1층 로비. 서너 명의 성도들이 폐식용유로 만든 세탁비누와 EM효소액, 꿀 등을 살펴보고 있었다. 맞은편에는 청국장 등 유기농 먹거리와 아크릴수세미 등 친환경 물품이, 로비 중간엔 여성복과 아동복이 가득 걸린 행거 6개가 자리 잡고 있었다. 로비 벽에는 ‘비닐봉투 안 쓰는 날’이라고 적힌 현수막과 ‘나는 건강한 지구를 위해 장바구니를 사용합니다’란 내용의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이들 중 꿀을 고른 한 성도는 계산 후 자연스레 가방에서 장바구니를 꺼내 물건을 담았다. 장바구니를 준비 못한 이들은 구매한 물건을 종이가방에 담아갔다. 교회가 구비해 놓은 종이가방은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으로 모두 성도들이 기증한 ‘재사용 물품’이다.
주일마다 기쁜교회의 ‘녹색가게’에서 펼쳐지는 풍경이다. 녹색가게는 교회 선교부서인 환경팀이 운영하는데 몇 주 전부터 포장용 비닐봉투를 아예 없앴다. 교회 환경팀장 윤득상 집사는 “최근 비닐과 플라스틱으로 만든 일회용품이 전 세계적 환경 문제가 되면서 비닐봉투 안 쓰는 운동을 시작했다”며 “성도들이 장바구니 사용에 익숙해지면 재사용 종이가방도 아예 치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교회가 펼치는 환경사역은 이뿐만이 아니다. 교회는 13년 전 선교의 일환으로 ‘환경팀’을 꾸리고 성도를 상대로 환경교육을 진행했다. 환경오염으로 인해 오염된 먹거리를 먹다 암 등 중증 질환이 발병한 성도들을 자주 접하면서 경각심을 가진 게 계기가 됐다.
성도들에게 친환경 먹거리의 중요성을 교육하고 잔반 줄이기 운동을 하면서 시작된 환경팀 사역은 현재 녹색가게 운영, 인근 부락산에 편백나무 심기, 몽골 ‘은총의 숲 가꾸기 프로그램’ 지원 등으로 확대됐다. 편백나무 심기는 공단이 밀집된 지역의 공기 질 정화를 위해 착안한 운동으로 2010년 1653㎡(약 500평) 규모로 편백나무 숲을 조성했다. 2년 전부터는 전 교인을 대상으로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환경캠프’도 운영 중이다.
지역을 넘어서는 사역은 주로 기독교계 환경단체와 동역해 진행하고 있다. 몽골 숲에 나무를 심는 은총의 숲 가꾸기 프로젝트는 2009년부터 기독교환경운동연대와 협력해 펼치는 사역으로 현재까지 3000여만원을 후원했다. 비닐봉투를 쓰지 않는 교회의 ‘플라스틱 프리’ 사역도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과 함께 펼치고 있다.
교회는 앞으로 무분별한 비닐봉투 사용을 막기 위해 우산 빗물제거기를 설치하고 대체에너지 활성화를 위해 태양광발전기도 설치할 계획이다. 지역 환경단체와의 연대도 검토 중이다. 손웅석 목사는 “하나님은 성경뿐 아니라 자연에서도 현존(現存)을 보이시는 분”이라며 “주님이 주신 환경을 책임 있게 돌보는 일에 한국교회가 적극 나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평택=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비닐봉투 대신 장바구니… 교회에선 일회용품 안 써요”
입력 2018-07-02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