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에 사는 자영업자 이모(52·여)씨는 최근 가계부를 정리하다 깜짝 놀랐다. 지난 3∼5월 미세먼지 관련 제품 구매에만 40만원 가까이 썼기 때문이다. 이씨는 “공기청정기를 사는 데 20만원 정도를 썼지만 이외 (미세먼지 관련) 제품에 이렇게 많은 돈을 썼는지 몰랐다”며 “미세먼지가 가계에 주는 영향을 더 이상 무시할 수는 없겠다”고 말했다.
미세먼지가 일상은 물론 한국사회의 소비 트렌드마저 바꾸고 있다. 이노션 월드와이드는 2017년 1월부터 지난 4월까지 미세먼지 관련 약 90만건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보고서 ‘대한민국 소비경제의 큰 손, 미세먼지를 잡아라’를 1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의식주부터 자동차·레저·뷰티 등 6개 생활영역에 영향을 줬다. 의류의 경우 마스크(9만3612건), 의류관리(3119건) 순으로 소비자 관심이 높았다. 소비자들이 미세먼지 차단에 효과적인 ‘안티더스트’ 제품을 구입하고 의류 관리 실용성을 높이는 데 주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먹거리 영역에선 면역력·디톡스 관련 식품(2만2841건), 물(3만7117건) 관련 글이 많았다. 주거 관련 소비자 관심은 공기청정기(9만8374건)와 청소(9만1209건)에 쏠렸다. 미세먼지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소비자들이 효과적인 식음료와 실내공기에 주목한 것이다.
미세먼지 탓에 실외보다는 실내에서 여가를 즐기려는 사람이 늘며 레저부분에선 실내(5만2025건), 영화(1만3610건) 등의 키워드가 많이 언급됐다. 미세먼지 절감에 효과적인 친환경차(1만63건)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이노션은 “6가지 영역에서 미세먼지를 피하고 줄이고 제거하려는 ‘마이너스 라이프’와 자신을 보호하고 방어하며 관리하는 ‘케어링 라이프’ 성향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미세먼지가 소비트렌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들이 가성비를 넘어 마음의 만족을 중시하는 ‘가심비’를 추구하며 미세먼지 차단 고성능 프리미엄 제품에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다고 봤다. 이수진 이노션 팀장은 “미세먼지는 국민생활 영역 전반에 필수적으로 고려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소비경제의 큰손이 됐다”고 설명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국민 라이프스타일 확 바꿔 놓은 미세먼지… 대한민국 소비경제 큰손 됐다
입력 2018-07-02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