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靑 앞장선 일회용품 줄이기, 패러다임 변화로

입력 2018-07-02 04:03
청와대 회의 풍경이 달라졌다. 지난 29일 공개된 현안점검회의 사진에서 임종석 비서실장 앞에는 빨간 머그컵이 놓여 있었다. 조국 민정수석은 분홍 텀블러를 들고 와 앉았다. 회의실마다 종이컵을 없애고 커피포트만 놔뒀다고 한다. 청와대는 7월부터 일회용 컵과 비닐봉지의 경내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일회용품 줄이기를 솔선수범하기 위해서다. 생활 속 환경보호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지만 실천은 쉽지 않았다. 국정을 통솔하는 기관이 앞장서는 모습은 바람직하다. 감기로 휴가를 보낸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업무에 복귀하며 어떤 컵을 선보일지도 궁금해진다. 옆에서 준비해주는 찻잔 대신 개인 컵을 들고 오면 좋겠다. ‘대통령 텀블러’가 유행이 된다면 그 또한 일회용품을 줄이는 실천에 도움이 될 것이다.

환경부는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에 ‘공공부문 일회용품 실천지침’을 내려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사무실에서 일회용 컵과 페트병 사용을 금지하고 비품도 재활용 제품을 우선 구매토록 했다. 서울시는 9일부터 커피전문점 등의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을 단속한다. 위반 업소에 최대 200만원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이런 변화의 계기는 지난 4월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었다. 우리 일상은 감당 못할 일회용품에 뒤덮여 있었다. 편리만을 추구하다간 더 큰 불편을 맞닥뜨린다는 교훈에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책에서 느껴지는 기시감을 지우기 어렵다. 과거에도 경각심을 일깨우는 충격적 환경문제는 계속 있었고 매번 대책이 나왔으나 소비 패러다임은 바뀌지 않았다.

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기업은 없다. 이윤 추구가 목적인 집단에 자발적 환경보호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맥도날드와 스타벅스가 영국에서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빨대를 제공하게 된 것은 소비자의 따가운 시선과 그것이 이끌어낸 정부 규제 때문이었다. 유럽연합(EU)은 2021년까지 빨대 페트병 면봉 등 플라스틱제품 10여종의 사용금지 조치를 완결키로 했다. 적극적인 정책이 생산자를 바꾸고 그런 정책은 소비자의 지지가 뒷받침돼야 나올 수 있다. 결국 친환경 소비 패러다임은 소비자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청와대가 앞장선 일회용품 줄이기 실천이 거대한 변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