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정책 전환, 세상을 바꾼다] 첨단 기술 활용, 전력 생산 늘리고 모아 뒀다 공급

입력 2018-07-01 18:41
경주시 불국로의 9㎿h급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스템은 경주풍력 제1발전소와 제2발전소가 바람으로 만든 전력을 저장한 뒤 필요할 때 공급한다. 사진은 경주 풍력발전소와 에너지저장장치 전경. 경주=서윤경 기자
경주 불국사 앞 불국로를 따라 굽이진 산길을 올라가면 해발 500m 지점에 높이 80m의 거대한 풍차가 산등성이를 따라 줄지어 서 있다. 길이만 46.2m인 3개의 날개는 동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아 ‘윙윙’ 소리를 내며 돌고 있었다. 사람들이 ‘바람길’이라 부르는 이곳은 경주풍력 제1발전소다. 한국동서발전과 동국S&C가 440억원을 들여 건설한 상업용 육상풍력발전 단지다.

장마가 시작된 지난달 27일 이곳을 찾았다. 비가 오고 먹구름이 낀 날씨라 당연히 멈춰 있을 것이라는 기우와 달리 날개는 힘차게 돌고 있었다.

최근 발전업체들은 에너지 전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하드웨어적으로 풍력과 태양광 발전소를 세우고 소프트웨어적으로는 첨단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발전사들은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늘리겠다는 ‘에너지 3020’보다 한발 앞서가고 있다. 동서발전과 한국남동발전은 ‘3025’, 한국남부발전은 ‘3030’을 목표로 세웠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2030년까지 10조원을 투입, 태양광·풍력 위주의 신규 신재생설비 7.6GW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들 기업이 정부보다 목표를 높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기술의 빠른 진화 덕이다.

바람과 햇볕의 에너지를 저장하라

재생에너지는 바람, 태양처럼 자연이나 환경을 이용해 에너지를 만든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크다. 날이 흐리거나 바람이 불지 않는다면 에너지를 만들 수 없다.

재생에너지 확대로 에너지저장장치(ESS)가 가장 주목받는 이유다. ESS란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을 전력계통 저장장치에 저장했다가 전력이 필요할 때 공급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시스템이다. 배터리와 전력변환장치(PCS), 제반운영시스템(PMS·EMS)으로 구성된다. 쉽게 말해 햇빛이 강한 시간대에 태양광으로 전력을 모은 뒤 이를 ESS에 저장하고 해가 지면 밤 시간대에 저장한 전력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경주풍력 1발전소에도 풍력발전과 연계한 ESS시스템이 구축돼 있었다. 지난해 10월 구축된 이 시스템은 9㎿h급이다. 1년간 7억원, 20년간 총 140억원의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서발전은 울산과학기술원과 함께 세계 최초로 바닷물을 이용한 ESS 개발에도 나섰다. 해수전지를 이용한 10㎾h급 ESS 설비구축을 목표로 올해 11월까지 20억원을 투자해 파일럿급 ESS 설비구축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시험할 계획이다.

아예 발전소 자체가 연료전지인 곳도 있다. 남동발전은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로 복층구조의 연료전지(5.72㎿) 발전소를 분당본부에 설치, 준공했다. 한수원이 운영하고 있는 노을연료전지발전소는 서울 상암동 일대 4만4000가구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크기만 작을 뿐 전기는 물론 연간 7만7000G㎈의 난방열도 생산하고 있다. 인천 동구 송립동에도 39.6㎿급 연료전지 발전소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으로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한다. 대기오염이 발생하는 연소 과정이 필요 없고 부산물로 물만 생기기 때문에 친환경에너지로 손꼽힌다. 설치 면적도 적고 효율도 뛰어나다.

남부발전은 5㎾급 고효율 복합형 태양전지 모듈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 비집광형 모듈 내부 공간에 집광형 태양전지 셀을 내장하는 기술이다. 맑은 날 집광형과 비집광형 셀로 발전량을 극대화한다. 흐린 날에는 비집광형으로 발전할 수 있다.

빅데이터·드론으로 효율 극대화

발전소 1기에는 5만개의 부품과 500개의 센서가 있다. 수백개의 CCTV도 있다.

센서와 CCTV가 만들어 낸 대규모 데이터는 ‘빅데이터’로 불리며 4차 산업혁명 시대 사물인터넷(IoT)과 ICT 기술과 접목해 활용되고 있다. 특히 발전소에선 빅데이터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에너지는 공급을 늘리는 것 못지않게 수요 측면에서 낭비를 줄이는 것이 중요한 만큼 빅데이터와 ICT를 활용해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서발전의 발전기술개발원은 각 발전소의 운전 정보를 결합해 고장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남부발전은 고효율 복합형 태양전지 모듈에 우리나라 일사량, 발전량, 발전효율 등의 데이터를 접목해 한국형 모듈을 만들 계획이다.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알고리즘과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에도 나섰다.

4차 산업혁명 기술 도입으로 설비진단도 고도화되고 있다. 드론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설비 진단이 대표적이다. 동서발전이나 남동발전 등은 드론 관련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드론에 고해상도 광학 카메라를 장착해 고장 부위별 열화상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수집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주요 결함을 진단한다.

특히 태양광 설비를 진단할 경우 모듈이나 단일 셀 단위까지 분석할 수 있다. 풍력의 경우 높은 곳에 위치한 설비를 점검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제거한다. 점검시간도 단축해 효율성을 향상시킨다.

경주·울산·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