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11시 인천 계양구 계산노인문화센터에서는 어르신들의 생일잔치가 열렸다. 이날 메뉴는 자장면. 전국을 누비며 자장면으로 복음을 전하는 ‘은혜짜장선교단’ 김중교(47) 전도사가 제면기와 밀가루 반죽, 자장 소스 등을 한가득 트럭에 싣고 센터를 찾았다.
센터 내 식당 한쪽에 설치된 제면기 사이로 노란 면발이 뽑혀 나오자 김 전도사가 재빨리 받아 대형 솥에 넣고 삶아냈다. 양파와 고기가 듬뿍 들어간 소스 위에 삶은 면을 올리자 먹음직스러운 자장면이 완성됐다. 센터를 찾은 200여명의 어르신이 줄지어 자장면 한 그릇씩을 받아들고는 행복한 표정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릇을 들어 얼굴을 파묻을 듯한 자세로 먹는 이들도 있었고 양파 하나까지 세심하게 집어 천천히 먹는 이들도 있었다. 한은순(75·여)씨는 “진짜로 맛있다”며 “사람들 입을 즐겁게 하는 김 전도사가 고맙다”고 엄지를 세웠다.
김 전도사가 전국을 다니며 11년째 만든 자장면은 100만 그릇이 넘는다.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 독거노인 군부대 소년원 교도소 등 자장면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간다.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빨간 옷을 입고 맛있는 자장면뿐 아니라 하나님 사랑까지 전한다.
김 전도사가 처음부터 자장면 사역을 한 것은 아니다. 20대 초반 자동차부품 공장을 운영하다 큰불이 나 모든 걸 잃었다. 가족과 함께 삶을 마감하고자 고속도로를 질주하던 찰나 ‘사람 낚는 어부가 돼라’는 하나님 말씀이 들렸다.
그길로 마음을 고쳐먹은 김 전도사는 빈 창고 하나로 다시 시작했다. 중국음식점에 인쇄물을 납품·배달하는 일을 하며 자장면 만드는 법을 배웠다. ‘아이 어른 누구나 좋아하는 자장면으로 하나님 기뻐하는 일을 하겠다’고 기도했고 자장면을 만들어 소외된 이웃에게 전하는 사역을 시작했다. 매년 김 전도사가 찾아가는 전국의 현장은 230여곳. 그중 군부대만 100곳이 넘는다.
평소 새벽 3시에 일어나 새벽기도를 드린 후 반죽을 만드는 그는 왕복 4시간가량을 운전해 자장면을 전한다. 50㎏ 넘는 제면기를 트럭에 싣는 것부터 양파와 양배추를 다듬는 일까지 모두 혼자 힘으로 하다 허리협착증까지 앓게 됐다. 그래도 자신을 후원하는 이들의 믿음이 있기에 그만둘 수 없다고 한다.
김 전도사는 4년 전 한 교회 행사에서 제면기에 왼손 두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제면기 칼날에 손가락이 껴 있는 10분 동안에도 그는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드렸다. 봉사를 다니며 자신보다 어려운 이를 많이 만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행히 손가락은 거짓말처럼 치유됐고 지금도 매일 그 손으로 자장면을 뽑고 있다.
“자장면 100만 그릇은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기에 가능했습니다. 자장면 때문에 교회를 찾았다가 하나님을 만났다는 장병의 이야기와 자장면이 맛있다는 칭찬을 들을 때면 보람찹니다.”
인천=글·사진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주님 사랑 담긴 자장면 100만 그릇 나눴다
입력 2018-07-02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