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기사회생’ 자사고와 일반고 이중지원 가능

입력 2018-06-30 04:00

헌법재판소가 고교 평준화 지역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원자들의 일반고 이중 지원을 막은 법령의 효력을 정지시키면서 정부의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 고사(枯死) 작전에 제동이 걸렸다. 교육부는 법률 자문을 받고 시·도교육청들과 향후 대책을 논의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교육부는 29일 “올해 자사고와 일반고 입시는 예정대로 후기전형으로 실시된다”고 밝혔다. 헌재가 자사고 입시를 다시 전기전형으로 돌려 달라는 가처분신청을 기각했기 때문이다. 고교 입시는 통상 8∼11월 학생을 뽑는 전기고와 12월에 뽑는 후기고로 나뉜다. 과학고 외고 국제고 자사고 등은 전기, 일반고는 후기에 입시를 치러 왔다. 교육부와 진보성향 교육감들은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우수 학생을 선점해 일반고를 황폐화시키고 고교서열을 심화시킨다고 본다. 그래서 지난해 이들 학교가 일반고와 함께 후기에 학생을 선발하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고쳤다. 이에 따라 올해 중학교 3학년부터 동시선발 대상이 됐다.

하지만 헌재는 평준화 지역에서 자사고에 지원하는 학생이 2개 학교 이상에 지원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령 조항에 대한 가처분신청은 받아들였다. 자사고에 지원했다 떨어져도 가고 싶은 일반고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는 교육부가 자사고 등이 행사하는 학생 우선선발권을 없애려던 시도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조치다.

앞서 교육부는 자사고 등에 지원했다 떨어진 학생들은 일반고에 임의 배정토록 했다. 자사고 지원자들은 학생들이 선호하지 않거나 통학이 불편한 학교에 강제로 배정되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교육부는 이를 통해 자사고 지원자가 줄 것으로 예상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자사고 지원 학생의 선택권을 존중한다는 명분으로 대다수 일반고 학생의 선택권을 도외시한 결정”이라며 “고교 서열화를 해소하기 위해 자사고 설립 근거 조항을 폐지하고 더 적극적인 자사고 폐지 정책을 펴는 것이 필요하다”고 반발했다.

자사고는 숨통이 트였지만 정부의 ‘고교 서열화 해소’ 정책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적인 교육 공약은 고교학점제다. 고교생이 대학생처럼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듣고 일정 학점을 이수하면 졸업하는 제도다. 교육계에서는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려면 고교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자사고 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성취평가제가 이뤄지면 자사고나 외고로 학생이 쏠리는 현상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고교 입시가 부활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