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40) 회장, 13만명 160조원 LG호 운항 시작

입력 2018-06-29 18:08
자산 규모 123조원의 재계 4위 LG그룹이 구광모(40·사진) 대표이사 회장 체제로 새롭게 출발했다. 고(故) 구인회 회장, 구자경 명예회장, 고(故) 구본무 회장에 이어 창업 71년 만에 4세 경영의 서막이 올랐다. 구 신임회장은 지주회사인 ㈜LG의 등기이사와 동시에 회장직을 맡아 친정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책임 경영 의지를 분명히 했다.

㈜LG는 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구광모 LG전자 상무를 등기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곧이어 이사회를 열어 구 상무를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했다. 지주회사인 ㈜LG는 기존 하현회 부회장에 이어 구 신임회장이 대표이사로 추가되면서 복수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된다.

LG그룹은 일찌감치 ㈜LG를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해 구 신임회장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총수 지위를 이어 받았다.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이 40세에 그룹을 창업한 것을 제외하면 전임 구자경(45), 구본무(50) 회장보다 일찍 그룹을 이끌게 된 셈이다. 10대 그룹 중 4세 경영 체제에 돌입한 것도 LG가 처음이다.

구 신임회장은 하 부회장을 비롯해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등 전문경영인으로부터 현안을 보고받고 신사업 밑그림을 그리게 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을 중심으로 신규 사업 투자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40대 총수인 만큼 조직 문화에도 적잖은 변화가 뒤따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구 신임회장은 평소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주의적인 사고를 지녔다는 평가를 그룹 내에서 받아왔다. 그는 이날 이사회에서 “그동안 LG가 쌓아온 고객가치 창조, 인간존중, 정도경영이라는 자산을 계승, 발전시키고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개선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기반을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구본무 회장 와병 이후 그룹을 대표해왔던 구본준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손을 떼고 연말 임원 인사에서 퇴임한다. ‘장자 승계’ 원칙을 유지해온 그룹 전통에 따라 조카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1995년 구본무 회장 취임 시에도 창업 때부터 그룹을 이끌어온 구태회 그룹 고문, 구평회 LG상사 회장 등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구 부회장은 향후 일부 계열사 경영을 맡아 계열분리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분리 계열사와 시기는 미정이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