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탈원전’을 선언한 독일에 남은 시간은 4년. 독일은 2022년 말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고 원자력에너지를 다른 에너지로 대체해야 한다. 독일의 녹색정책을 이끌고 있는 카스텐 자흐 환경부 기후정책국장은 2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UNFCCC COP) 독일 협상단 대표를 겸하고 있는 자흐 국장은 인류가 원자력·석탄에너지로부터 완전히 해방돼야 하고 그럴 수 있다고 믿는다. 독일은 현재 약 40%를 차지하는 석탄에너지 비중도 2030년까지 20% 미만으로 줄일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원전과 마찬가지로 아예 없애는 게 목표다.
자흐 국장에게 탈원전은 ‘생각보다 쉬운 문제’다. 신기술 발달로 재생에너지는 효율성이 높아지고 있고, 반대로 원자력에너지는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흐 국장은 “원전은 전력 공급 탄력성이 낮은 문제 때문에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며 “일례로 원전 비중이 큰 프랑스 전력공사 EDF는 최근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여름에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데 원전은 주기적으로 냉각수를 방출해야 하기 때문에 공급을 늘릴 수 없다”며 “그런 때는 오히려 독일의 재생에너지가 프랑스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자흐 국장은 한국 정부의 탈원전 정책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공업 등의 산업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독일과 한국은 닮았다”며 “이런 국가도 석탄과 원자력을 버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탈원전이 원자력 학계의 거센 반대에 부딪힌 한국의 현 상황에 대해서는 “독일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며 공감했다. 하지만 자흐 국장은 원자력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학계의 우려는 과장된 것이라고 봤다. 그는 “원전을 안전하게 해체하려면 우수한 원자력전문가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분간 일자리 수요는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청년세대를 향해서는 “원자력을 공부하기를 주저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지난 28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자흐 국장은 러시아월드컵 한국-독일전을 보지 못했다. 그는 다음 달 1일부터 송도에서 열리는 녹색기후기금(GCF) 이사회에 참석한 뒤 독일로 돌아간다. 자흐 국장은 “독일도 올림픽 아이스하키 경기에서 결승까지 진출해 모두가 놀랐던 적이 있다. 언더독이란 측면에서 한국에 공감되더라”며 “다양한 방면에서 한국을 응원한다”고 했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
“원전 해체에 전문가 필요… 일자리 유지될 것”
입력 2018-06-29 1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