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 등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하는 이들을 위한 대체복무제가 없는 현행 병역법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내년 말까지 대체복무제를 담은 병역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기존 징병제 체제의 혼란과 충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법 개정 과정에서 찬반 논란도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교계 등이 반발하고 나섰다. 헌재는 다만 병역을 거부한 이를 형사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기존에 법적 근거 없이 입영을 거부해 이미 처벌된 이들은 구제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헌재는 28일 병역법 5조 1항 등에 관한 위헌법률 심판 제청과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6(헌법불합치)대 3(각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로 판단하고, 2019년 12월 31일 시한까지 법을 개정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병역법 5조 1항은 현역과 예비역, 보충역(사회복무요원과 공중보건의사 등) 등 병역의 종류를 규정한 조항이다.
이 안에 대체복무제는 없다. 헌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종류 조항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돼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 이유를 밝혔다. 헌재는 2004년 첫 번째 병역법 위헌 심판 당시 병역거부자의 양심을 보호할 대안을 검토할 것을 권고했던 점 등을 지적하며 국가가 제도 개선을 통해 기본권 침해 상황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창호·조용호·김창종 재판관이 “대체복무는 일체의 군 관련 복무를 배제하는 것이므로 국방의무 및 병역의무의 범주에 포섭할 수 없다”고 반대 의견을 냈지만 헌법불합치 의견이 더 우세했다.
헌재는 다만 2004년, 2011년 합헌으로 결정내렸던 병역법 88조 1항에 대해서는 이번에도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입영 통지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응하지 않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현행 처벌 규정은 병역 부담의 형평과 국가안보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헌재 판단에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다는 취지가 담겨 있어 계류 중인 대법원 사건 등은 무죄가 선고될 것으로 가능성이 높다.
법조계에서는 계속 발생하는 입영 거부자와 남아 있는 사건 처리에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대체복무제 등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대한변협은 성명에서 “대체복무제 도입에 있어 기간, 방식 등이 병역복무자들과 형평을 유지하도록 하고, 자칫 병역의무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교적 신념의 범위에 대한 교계의 우려도 높다. 심만섭 한국교회언론회 사무총장은 “대한민국의 안보 상황, 군복무기간 단축으로 인한 국방력 누수 등을 고려할 때 대체복무의 길을 열어준 것은 성급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신평식 한국교회총연합 사무총장은 “대체복무제가 특정 종교집단의 병역거부 논리에 동조하는 쪽으로 흐르지 않도록 국민적 합의를 토대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민영 구자창 김나래 기자 mymin@kmib.co.kr
“대체복무 없는 병역법은 헌법불합치” 결정
입력 2018-06-28 18:13 수정 2018-06-28 2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