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하니 거짓말처럼 건강해졌어요”

입력 2018-06-29 00:01
도미라 집사(왼쪽 두 번째)가 28일 서울 강남구 늘사랑교회에서 어르신들에게 무료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고급 빌라들이 들어선 서울 강남구 신사역 주변. 28일 정오 허름한 옷차림에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 200여명이 줄지어 한 교회 건물로 들어섰다. 어르신들 사이로 외제차가 깜빡이를 켜고 서행했고 교회에선 찬송가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늘사랑교회(이강호 목사)는 매주 목요일 점심이면 무료 식사 나눔을 실시하고 있다. 363㎡(110평)가량 되는 넓지 않은 교회 1층엔 어르신들로 가득 들어찼다. 담임 이강호(72) 목사는 예배실에 앉아 있는 어르신들을 향해 “고운 말을 하면 이웃과 화평하게 지낼 수 있다”며 설교했다.

주방 앞에선 보라색 옷을 입은 이 교회 도미라(52·여·사진) 집사가 비닐장갑을 손에 낀 채 음식을 나르고 있었다. “더운 여름엔 음식이 상하기 쉽다”며 돼지고기와 김치, 무절임이 수북이 담긴 접시와 오이냉채를 바삐 어르신들에게 전했다. 배식 이후에도 큰 밥그릇을 손에 들고 “밥 더 드실 분 말씀해 달라”며 분주히 다녔다.

도 집사는 10년째 무료 식사 나눔을 해왔다. 그의 하루는 새벽 일찍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채소와 절임배추, 쌀을 기부 받는 일로 시작한다.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해 상인들에게 밝은 표정으로 열심히 인사를 건네는 도 집사는 가락시장에서 유명 인사다.

당찬 모습과 달리 그는 허약 체질이었다. 수년간 이유 없이 몸이 아팠다. 2∼3일에 한 번씩 링거를 맞기 일쑤였다. 수면제와 우울증 약을 복용해야 잠이 들었다. 10년 전 교회에서 봉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건강해지면 사람을 도와야지’라고 다짐했고 독거노인 급식 봉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몸이 나았다.

도 집사의 명함에는 국제사랑실천공동체 ㈔파인땡큐유 대표라고 새겨져 있다. 지난해 새해 새벽 인도 디마플 강가에서 하나님으로부터 봉사단체를 만들라는 비전을 받고 홀로 무작정 시작한 일이다. 도움을 요청할 때마다 도움은커녕 ‘힘든 일 하지 말라’는 당부만 들려왔지만 하나님 비전 앞에 거리낌이 없었다.

비영리법인 후원계좌 등록을 위해 세무서와 금융결제원 등을 홀로 다니며 직접 몸으로 부딪혔다. 안내책자를 만들기 위해 인쇄소도 수차례 들렀다. 1년 만에 생겨난 후원자는 100여명. 법인 인감과 로고, 홈페이지를 만들어주는 사람들, 화환 대신 쌀을 받아 전달해 주는 단체 등 곳곳에서 도움의 손길이 생겼다. 주위에선 그를 선교사로 불렀다.

“돌이켜보면 하나님 사랑을 믿었기에 몸과 마음이 치유됐습니다. 더 많은 사람을 돕겠다고 생각하면 힘이 솟고 기분이 좋아져 저절로 행복해집니다.”

요즘 도 집사는 사람들에게 ‘봉사 전도사’로 알려져 있다. 지인들이 아프리카에 성경책을 보내고 인도학교를 후원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독거 어르신 집을 수시로 찾아가 돌봄 봉사를 하며 장애인 센터에서도 심리상담과 식사대접 봉사를 꾸준히 하고 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