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알아가듯, 나를 찾아 날아갑니다”

입력 2018-06-30 00:00
경기도 고양시 거룩한빛광성교회 나비학교 봉사자들이 지난 26일 교회 새가족환영실에서 학교 운영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고양=송지수 인턴기자

거룩한빛광성교회의 ‘나비학교’가 교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갱년기에만 초점을 맞춘 일종의 신앙교육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나비학교는 ‘나를 찾아 비상하는 학교’라는 뜻의 머리글자다. 미세한 변화 또는 사소한 행위가 발단이 돼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나비효과’에 착안해 이름 붙였다.

나비학교는 2015년 4월 개설됐다. 이 교회 정성진 위임목사가 아이디어를 냈다. 정 목사의 아내가 갱년기 증세를 보였던 탓이다. “다정했던 아내가 갑자기 짜증을 내고 예민해져서 깜짝 놀랐습니다. ‘신앙 좋은 제 아내도 이런데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에 교회 안에 갱년기학교를 만들었지요.”

당시 정 목사는 ‘우울증을 앓는 아내’라는 제목의 시까지 썼다. “오늘도 전화 속 아내는 무표정했다/ 전화를 하자니 반응이 두렵고 전화를 안 하자니 후환이 두렵다… 가마에 불 넣고 청자를 굽듯 불타고 나면/ 아름답고 청초한 학이 춤추는 비취빛 청자가 될까?”

정 목사의 아내는 나비학교 1기 졸업생이다. 조장을 맡아 열심히 모임에 참석했고 정 목사의 가정에 평화가 찾아왔다는 후문이다.

나비학교 운영자인 김형주 목사는 “처음에 ‘갱년기학교’라는 이름으로 모집공고를 냈지만 학생 모집이 잘 되지 않았다”며 “갱년기를 드러내고 싶지 않은 여성들의 마음을 읽지 못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갱년기학교는 중년기학교로, 좀 더 고상한 명칭인 나비학교로 바뀌었다.

나비학교는 중년여성들의 아름다운 비상이 주된 목적이다. 이 분야 전문 강사를 초청해 4∼7주 동안 매주 1회 강의한다. 직장여성을 위해 토요일에 모임을 갖기도 한다.

강의 제목은 ‘나는 누구인가’ ‘중년의 변화’ ‘새로운 관계 맺기’ ‘감사 나눔’ ‘인생 후반전 설계’ 등이다. 주로 삶에 대한 이해와 도전,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강조하는 내용이 많다. 학생들은 서로 살갑게 대화를 나누고 갱년기 경험을 공유한다. 힘들었던 이야기를 하는 동안 스트레스나 갱년기 증세가 절로 풀리는 경우도 있다. 연극·영화 감상, 손공예, 여행, 산책 등 관심 분야별로 조를 편성해 취미생활을 같이한다. 경조사를 함께하고 프로그램을 마친 뒤에도 서로의 어려움을 돕기도 한다. 그동안 200여명의 중년여성이 이 학교를 졸업했다. 이들 중엔 나비학교 프로그램이 좋아 봉사자로 참여하기도 한다.

나비학교가 인기를 모으자 남성들도 갱년기학교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갱년기는 여성만 겪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성이 갱년기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편의 도움이 절실한 것도 한 이유였다. 40∼70대 남성을 위한 비상학교도 개설했다. 은퇴 준비와 관련된 내용이 많다.

나비학교 1기 졸업생이자 팀장인 고준영 권사는 “갱년기학교는 남을 알아가듯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라며 “아름다운 노년을 위한 준비기간으로 이전보다 조금 덜 일해도 돈을 조금 덜 벌고, 잘하지 않아도 함께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좋은 것이 성공하는 삶임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부팀장 신미자 권사는 “다른 교회 교인들도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있다”며 “‘즐거워하는 자와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함께 울라’는 로마서 12장 15절 말씀에 따라 힘들어하는 갱년기 여성을 위해 열심히 섬기고 있다”고 했다.

고양=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