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22명이 90분 동안 공을 쫓다가 결국 독일이 이기는 게임이다.”
잉글랜드의 전설적인 골잡이 게리 리네커(58)가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독일(당시 서독)과 만나 승부차기 끝에 결승 진출에 실패한 뒤 남긴 말이다. 독일 축구의 강력함을 설명하며 30년 가까이 세계 축구계에서 통용되던 이 말을 한국이 바꿨다. 독일이 27일(한국시간)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3차전에서 한국에 0대 2로 패배하고 사상 첫 조별리그 탈락을 당하면서다. 리네커는 경기 직후 트위터에 “축구는 22명이 90분 동안 공을 쫓는 게임이지만 항상 독일이 이기는 것은 아니다. 이전 버전의 글은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됐다”는 글을 남겼다.
세계 1위 독일을 무너뜨린 한국의 투지에 주요 외신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영국 BBC는 “디펜딩 챔피언 독일이 한국에 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것은 대회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사건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미국 데드스핀은 “한국은 필사적으로 경기에 임했다”며 “한국의 퍼포먼스는 월드컵이 존재하는 이유를 보여준다”고 찬사를 보냈다. 러시아 RT는 “할 말을 잃었다”며 “독일은 월드컵에서 당한 이날의 수모를 믿기 어려워할 것”이라고 전했다.
독일의 탈락으로 16강전에서 멕시코와 만나게 된 브라질은 한국의 승리를 격하게 환영해 눈길을 끌었다. 폭스 스포츠 브라질은 ‘AHAHA(아하하)’라는 문구를 반복적으로 길게 적은 트윗을 통해 행복한 기분을 표현했다. 브라질은 4년 전 브라질월드컵 4강전에서 독일에 1대 7 충격패를 당한 기억이 있기 때문에 독일의 탈락에 유독 통쾌함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앞선 두 번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나온 한국의 졸전을 조롱하던 중국과 일본 언론도 태세를 바꿔 놀라움을 드러냈다.
중국 봉황망은 “한국은 철저히 준비를 해서 매우 계획적으로 움직였으며 모든 선수가 혼신의 힘을 다해 승리라는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극찬했다. 일본의 스포츠닛폰은 “한국은 베스트 라인업을 짤 수 없는 상황에서도 마지막 투지를 보여줬다”고 치켜세웠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디펜딩 챔프 獨 탈락, 월드컵 사상 가장 충격”
입력 2018-06-28 2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