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경제대국 수출입 감소 15~20% 예상, 한국은 그 두 배”

입력 2018-06-28 04:04

메가톤급 무역전쟁이 시작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맞붙었다. G2(미국 중국)의 무역전쟁 규모는 자그마치 110조원에 이른다. 미국은 500억 달러(약 55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다음 달 6일 340억 달러 규모의 관세 부과가 1단계로 실시된다. 중국도 같은 규모의 맞대응을 선언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맞서는 형국이다.

한 치의 양보 없는 ‘G2 무역전쟁’은 한국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한국은 소규모 개방경제이자 수출주도형 국가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 의존도는 68.8%에 달한다. 중국과 미국이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달 기준 각각 26.5%, 11.4%나 된다.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는 27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포럼에 특별강연자로 나서서 “트럼프발 무역전쟁의 과열로 전 세계 교역량이 3분의 2가량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과 같은 수출 주도형 국가들이 (무역전쟁에) 가장 취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낮은 관세율이 갑자기 사라지게 되고, 역사적으로 보면 관세가 최대 40%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경제 규모가 큰 국가들은 15∼20%의 수출입 감소가 예상되지만 한국은 그 수치가 두 배 정도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당장 치명타가 예상되는 부분은 대중(對中) 중간재 수출이다. 중간재는 철강이나 자동차부품 등 완성품 생산에 필요한 부품이나 반제품을 말한다. 지난해 대중 수출액(1421억 달러) 중 중간재 비중은 78.9%나 된다. 중국은 한국에서 중간재를 수입한 뒤 완제품을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데, 무역전쟁이 심화되면 한·중 모두 각자의 수출 길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미국과 중국이 높게 친 보호무역 장벽이 한국 경제의 뇌관을 건드릴 수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달러화 강세, 한·미 금리 역전, 신흥국 위기라는 기존의 위험 요소와 맞물려 더 큰 파도가 닥칠 수 있다.

수출 지표에는 벌써 경고등이 켜졌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2018년 상반기 수출입 평가 및 전망’ 보고서를 내고 올해 수출증가율이 상반기 6.4%에서 하반기 4.6%로 낮아진다고 관측했다. 연간으로 수출증가율이 5.5%에 그치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수출증가율(15.8%)의 3분의 1 수준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G2에 대한 지나친 무역 의존도 탈피, 무역의 다각화 등을 중장기 타개책으로 제시한다. 비핵화 진전에 따른 남북 경제협력 효과를 조심스럽게 기대하기도 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 경제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으로 들어가고 있다”면서 “지금은 대기업 때리기를 할 때가 아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재찬 나성원 임주언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