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어떻게 되나… 美·中 서로 “관세 폭탄” 공언한 내달 6일이 분기점

입력 2018-06-28 04:01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비교적 단기간에 봉합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중국이 미국에 대응해 쓸 카드가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중국 내부에서도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헤게모니를 놓고 벌어질 G2(미·중)의 갈등이 길게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27일 “역사적으로 무역전쟁은 이성적인 계산으로 전개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다. 양국 지도자들의 성향 등을 볼 때 충돌을 불안스럽게 바라볼 요인들이 많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촉발한 무역전쟁의 첫 번째 배경은 선거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에서 ‘러스트 벨트’(미국 북동부의 쇠락한 공업지대)의 지지로 당선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등 수입품을 대상으로 관세장벽을 쌓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은 오는 11월 상·하원 의원 등을 뽑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의 ‘첨단기술 굴기’를 견제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거칠게 얘기하면 중국을 손봐야 한다는 생각도 있는 것 같다. 경제 논리보단 정치 논리가 크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중국의 대북제재와 관련해 “중국이 더 이상 우리를 돕지 않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자유무역과 공정무역의 신봉자”라며 ‘무역 보복’ 가능성을 거듭 시사했다.

중국은 부글부글 끓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중국의 지난해 무역흑자 중 대미(對美) 흑자 비중은 65%나 된다. 미국과 충돌하면 중국이 더 손해를 본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려 무역전쟁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를 상쇄시킬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하지만 위안화 약세는 중국이 추진하는 위안화 국제화에 어긋난다. 미국 국채를 매각할 수도 있지만 섣부른 대응은 오히려 추가 보복을 부를 수 있다. 무역전쟁이 본격 개전하면 외국자본 철수 등으로 현재 3조1100억 달러인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중국 내부에서도 회의론이 제기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중국 안신증권 가오산원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워싱턴의 반중(反中) 정서를 이해하지 못한 채 초강대국 미국과 준비되지 않은 결전에 나설 위험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도 무역에서 미국을 대체할 수 없다는 걸 안다. 강경파로 분류되는 중국 언론 환구시보를 제외하면 다른 언론들은 많이 ‘톤다운(tone down)’된 상태”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이 서로 ‘관세폭탄’을 예고한 다음 달 6일을 분기점으로 본다. 중국 왕치산 국가부주석이 이달 말 미국을 방문해 급한 불을 끌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적어도 미국의 중간선거 전까지 타협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유럽연합(EU)과 중국이 속속 내놓고 있는 보복관세 조치는 미국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중국은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아 상하이에서 오는 11월 첫 국제수입박람회를 개최한다. 미국도 같은 달 중간선거를 치르는데 중요 이벤트를 앞두고 극적인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상황을 낙관하기만은 어렵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2020년 재선 때까지 무역 이슈를 끌고 갈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경기가 다소 가라앉은 가운데 미국은 유일하게 호황을 누리고 있어 ‘총알’도 넉넉하다. 김두언 KB증권 수석연구원은 “지금은 관세에 국한된 전쟁이지만 앞으로 중국의 서비스업시장, 금융시장 개방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두 나라 모두 자국을 중심으로 경제체제를 돌리려고 한다.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촉발한 무역전쟁이 어디까지 번질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미국이 중국을 넘어 EU를 비롯한 전 세계와 ‘타협 없는 전면전’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무역수지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이다. 미국의 지난해 총 무역적자 규모는 7962억 달러(약 890조원)인데 이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7%(약 3750억 달러)에 이른다. 김 연구원은 “무역전쟁의 확산 가능성은 있지만 미국은 중국이 표적이고 중국이 우선순위다. 다른 나라는 곁가지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나성원 임주언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