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번엔 동맹국에 이란 원유 수입 중단 압박

입력 2018-06-27 18:50
미국이 동맹국들에 오는 11월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전면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의 돈줄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8일 ‘이란 핵 합의’ 탈퇴를 공식 선언하면서 그동안 중단했던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재개하겠다고 공언한 이후 나온 조치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 전면 중단 요구 대상에서 한국이 제외될 수 있도록 미국과 협의할 방침이다. 한국은 2010년 미국의 이란 제재 때에도 예외국으로 인정받아 이란산 원유를 수입했었다. 하지만 미국이 이번에는 “예외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한·미 협상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미국이 동맹국들에 이란 제재 유예기간이 종료된 오는 11월 5일부터 이란으로부터 석유 수입을 전면 중단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 미국 언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국무부 고위관리는 “미국은 동맹국들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제로(0)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란으로 가는 자금을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중국과 인도에는 이란산 원유 수입 감축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동맹국을 향해 “어떤 예외도 없으며 이란 제재 유예기간의 연장도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동맹국이 이란산 원유를 계속 수입할 경우 미국의 제재 대상국 리스트에 오를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미국은 또 다음 주 대표단을 중동 산유국에 보내 증산을 요청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에 따라 국제시장에서 원유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 대비한 포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 개발을 막기에는 불충분하다”고 주장하면서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6개국과 이란 사이에 체결됐던 이란 핵 합의 탈퇴를 선언했다. 미국은 경제제재 재개를 선언하면서도 이란과 거래 중인 기업들이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 교역 성격에 따라 3개월 또는 6개월의 제재 유예기간을 설정했다. 미국이 이란산 원유를 수입할 수 있는 최종 시점으로 잡은 11월 4일은 제재 유예기간의 마지막 날이다.

우리 정부도 고민에 빠졌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7일 “그동안 미국과 제재 예외국 인정을 위한 협의를 진행해 왔다”며 “앞으로도 협의가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들어온 이란산 원유량은 1억4787만 배럴로 전년 대비 32.1% 늘었다. 이란산 원유가 다른 국가 원유보다 배럴당 5∼6달러 싼 편이라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다음으로 수입 물량이 많았다. 업계에선 국내 정유사들이 중동산 석유 편중에서 벗어나 미국 등 수입선을 다변화해 원유 수급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국내 기업들이 이란에 지급하는 원유 수입 대금이다. 그동안 이란이 한국에 원유를 수출하고 받은 원화를 한국 내 은행 원화 결제계좌에 쌓아놓으면 국내 기업은 이란에 자동차나 디스플레이 등을 수출하고 해당 금액을 원화 결제계좌에서 원화로 받았다. 만약 원유 수입을 못해 원화 결제계좌에 쌓아놓은 돈을 소진할 경우 한국의 이란 수출도 막히게 된다.

미국은 일본에도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을 요구했으나 이란과의 외교 관계 악화를 우려한 일본이 아직 어떤 대답도 미국 측에 주지 못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하윤해 서윤경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