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의 꿈이 아쉽게 무산됐지만 독일전에서 예상치 못한 승리를 거두자 광장은 축구 열기로 붉게 달아올랐다. 마지막 순간에도 몸을 던지며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모습에 거리의 시민들은 ‘대∼한민국’을 외치길 멈추지 않았다. 현장에 동참하지 못한 이들은 가족, 친구들과 함께 여름 밤 ‘치맥’을 즐기며 태극전사들을 응원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 독일전을 맞아 27일 거리응원이 펼쳐진 서울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에는 약 2만명의 인파가 운집했다. 강남구 영동대로와 홍대입구 주변에서도 대규모 응원전이 펼쳐졌다. 지난 18일 스웨덴전과 24일 멕시코전에 모였던 인원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열기는 그대로였다. 상대팀에 맞서는 우리 선수들의 몸동작 하나하나에 광장에 모인 이들의 탄식과 환호성이 오갔다.
오후 7시쯤까지 한산하던 광화문광장은 해가 지면서 돗자리를 깔고 앉은 사람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어둠이 깔리자 붉은악마 머리띠 등에서 나온 빨간 불빛이 광장에 넘실거렸다. 젊은이들은 디제이가 트는 음악에 몸을 흔들거나 SNS에 올릴 동영상을 찍기 위해 연신 포즈를 취했다.
늦은 밤 열린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근무를 마치고 찾아온 직장인도 많았다. 밤중에 소나기가 내릴 수 있다는 예보도 있었지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지인들과 함께 광화문광장을 찾은 최모(24)씨는 “솔직히 말하면 16강 진출에 대한 기대는 전혀 하지 않았다”면서도 “오늘이 아니면 또다시 4년을 기다려야 하지 않느냐. 기분이라도 꼭 내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요 거리응원지인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앞에서도 이른 저녁부터 20, 30대를 중심으로 인파가 몰렸다. 주최 측이 나눠주는 빨간 머플러와 풍선 등 응원도구를 받아든 사람들은 일찍부터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응원장소 인근에서 축제 분위기를 즐겼다. 노원구에서 거리응원을 하러온 김모(20·여)씨는 “이길 가능성이 적긴 하지만 마지막 경기일지도 모른다고 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결과보다 경기 자체를 즐긴 이들도 많았다. 경기도 광주에서 코엑스 앞까지 거리응원을 하러 온 박모(19)씨는 “지더라도 분위기를 즐기는 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여의도에서 일하는 직장인 김모(27·여)씨는 “이길 것이란 기대는 많지 않지만 관심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면서 “사무실 사람들과 점수대마다 만원씩 걸고 내기를 했다”고 말했다.
지방에서도 응원열기는 뜨거웠다. 대구에서는 1, 2차전 때와 마찬가지로 수성구 연호동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응원전이 진행됐다. 경기가 끝난 뒤엔 오전 1시20분에 대공원역에서 도시철도 2호선 양방향으로 열차 1편씩이 특별 증편돼 시민들의 귀가를 도왔다. 강원도에서는 춘천 풍물시장과 원주 중앙시장 등에서 ‘장터 응원전’이 열렸다. 광주시는 광주월드컵경기장을 개방해 시민들에게 응원할 자리를 제공했다. 하지만 경북 포항시는 포항야구장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길거리 응원전을 장마철 비 예보 때문에 취소했다.
조효석 박상은 최예슬 기자, 대구=최일영 기자 promene@kmib.co.kr
새벽까지 “대∼한민국”… 원없이 즐겼다
입력 2018-06-27 19:07 수정 2018-06-28 0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