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두 명이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좁은 통로와 빽빽하게 쌓인 물건들. “여기는 삐에로 쑈핑입니다”라는 안내와 함께 쉴 새 없이 들리는 방송. 서울 강남구 삼성동 스타필드 코엑스몰 내 ‘삐에로 쑈핑’ 1호점은 마치 일본 잡화점 ‘돈키호테’에 와 있다는 착각이 들게 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또 다른 야심작 삐에로 쑈핑이 27일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정 부회장은 지난 3월 “펀스토어 삐에로 쑈핑을 6월 말 스타필드 코엑스에 선보일 계획”이라고 예고했었다.
주류·문구·과자·조명·향수·가전제품 등 4만여개 상품이 2513㎡(760평)밖에 안 되는 복층 매장에 진열돼 어디부터 봐야 할지 몰랐다. 일반 대형마트(1만㎡·3000여평)에서 5만∼8만여 상품을 판매하는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물건을 좁은 공간에 욱여넣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마트 관계자는 “볼거리·살거리가 넘치는 매장”이라고 소개했다. 대형마트와 창고형 할인점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성인용품과 코스프레용품도 있었다.
2030세대를 겨냥한 만큼 매장 곳곳에 B급 감성이 묻어났다. 매장 안내문구는 직원들이 직접 손글씨로 썼다. 직원들은 ‘저도 그게 어딨는지 모릅니다’는 글귀가 적힌 검은색 유니폼을 입고 있었고 ‘급소가격’ ‘갑of값’ ‘싸다싸’ 등의 문구가 곳곳에 적혀 있었다.
‘정용진표 역발상’의 정점은 지하 2층에 마련된 흡연실이었다. 삐에로 쑈핑은 지하철 2호선을 본떠 흡연실을 만들었다. 흡연이 허용되지 않은 공간에서 흡연할 자유를 주자는 취지다. 이마트는 28일 1호점 오픈을 시작으로 올해 내 매장 2개를 더 선보일 계획이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만물 잡화점 ‘삐에로 쑈핑’ 오픈… 거침없는 정용진 부회장의 실험
입력 2018-06-27 19:25 수정 2018-06-27 2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