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생각하라’는 라틴어 경구다. 인간은 모두 죽는다는 걸 스스로 생각하며 살아가라는 뜻이다. 누구도 피할 수 없지만 우리가 죽음에 대해 아는 건 별로 없다. 현대의 죽음은 병원 중환자실이나 요양원에서 맞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랑하는 가족과 떨어져 의료진에 둘러싸인 채 허둥대다 보면 인생의 교훈 한마디 남길 기회마저 사라진다.
서울 강남구 수서교회(황명환 목사)는 죽음의 문제를 정면으로 파고든다. 수서교회가 세운 수서문화재단 산하 이폴연구소는 오는 10월 15일까지 ‘과학은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가’란 주제로 논문 현상 공모를 진행 중이다. ‘이폴(EPOL)’은 영원한 시각에서의 삶(Eternal Perspective of Life)을 뜻하는 영문 머리글자에서 비롯됐다. 애초 석사과정 이상 신학 전공자를 대상으로 공모를 받으려 했으나 죽음에 관한 연구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전국 200개 대학과 1000명 이상 출석교회 전체에 공문을 보냈다. A4 용지 20장 내외의 논문으로 연구자의 윤리 규정을 준수할 경우 누구나 응모 가능하다. 최우수 논문 1편엔 상금 200만원, 우수상과 장려상에도 각각 100만원과 50만원이 지원된다.
왜 하필 죽음일까. 27일 수서교회에서 만난 황명환(60) 목사는 “죽음을 반추하다 보면 결국 인생은 무엇인가, 내가 누구인가를 말하게 된다”고 했다. 황 목사는 이폴연구소 소장을 겸하고 있다. 그는 죽음이 종합 학문이라고 강조했다.
“철학의 목적은 죽음을 이해하는 것이고 종교의 목적은 죽음을 해결하는 겁니다. 그럼에도 교회에서조차 죽음에 관한 연구가 부족해요. 웰다잉(Well-Dying)이 중요해졌다고 하지만 기독교 배경 없이 나이 든 분들이 몇 달 교육받고 인생을 뜻깊게 보내라는 식의 족보 없는 죽음 교육을 하고 있지요. 기독교적 죽음 연구를 더 확고히 하기 위해 지난해 연구소를 시작했어요.”
그렇다면 이번엔 왜 과학일까. 과학이 죽음을 극복하기엔 역부족일 텐데 황 목사의 생각은 달랐다. 황 목사는 “과거에는 삶을 편하게 하는 게 과학의 최종 목적이었지만 현대에는 과학이 죽음의 극복을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줄기세포 인간복제 인공지능 등에 대한 연구를 통해 과학의 최종 목적이 ‘생명 연장의 꿈’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황 목사가 죽음 연구에 집중하게 된 개인적 동기도 있다. 그는 10년 전 당시 17살이던 큰아들을 사고로 잃었다. 자식을 먼저 보내는 슬픔으로 부모는 보통 애가 끊어진다고 한다. 황 목사는 이후 방광암 3기 판정까지 받았다. 2012년에는 개복수술도 했다. 이제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와 완치 선언을 앞두고 있다. 암과 싸우면서도 그는 목회를 놓지 않았다. 1992년 여섯 가정으로 시작한 수서교회는 이제 2000명이 출석하는 중대형교회로 성장했다.
수서교회는 다음 달 1일 헌당예배를 앞두고 있다. 입당예배가 예배당 준공을 알리는 예배라면 헌당예배는 교회 건축으로 인한 빚을 모두 갚고 하나님께 온전히 드린다는 의미의 예배다. 부지 구입과 건축으로 100억원이 소요됐는데 황 목사는 이 중 10분의 1을 떼어 다른 교회에 돌려주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그는 “미자립 교회들을 도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웰다잉 중요한데, 죽음에 대한 연구 부족”
입력 2018-06-28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