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수석 교체 이어 내각 ‘군기잡기’

입력 2018-06-27 19:00

문재인(얼굴) 대통령이 27일 주재할 예정이던 ‘제2차 규제혁신 점검회의’가 당일 무기한 연기됐다. 문 대통령은 빅데이터를 비롯한 개인정보 활용 등 첨예한 갈등 소지를 안고 있는 현안 준비가 미흡하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전날 청와대 경제·일자리수석 교체에 이어 내각 ‘군기잡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부 측 20명을 비롯해 정치·민간단체와 함께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지난 1월 열린 규제혁신 토론회의 후속조치를 확인하기 위한 회의였지만 오전에 이 총리의 제안으로 취소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회의를 위한 준비 상황이 국민 눈높이로 봤을 때 미흡하다고 보고 이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일정 연기를 건의했다”며 “문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회의 연기를 결정한 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불러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속도가 뒷받침되지 않는 규제 혁신은 구호에 불과하다”며 “답답하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개혁 성과를 반드시 만들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우선 허용 방식, 사후 규제 방식을 추진하는 데 특히 속도를 내 달라”며 “이해당사자 간 갈등을 풀기 어려운 규제에 관해서도 그들을 열 번, 스무 번이라도 찾아가 문제를 풀어야 한다. 갈등 이슈에 달라붙어서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좀 더 과감하고, 속도감 있게, 국민이 체감될 수 있을 만큼 개혁해 달라고 말했다”며 “회의 준비 내용에 상당한 진전이 있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총리 역시 지난 26일 국무조정실로부터 회의 내용을 보고받은 뒤 이날 오전까지 개최 여부를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개인정보 및 빅데이터 활용 등 갈등 사안에 대한 미흡한 보고가 문제였다. 대통령까지 참석하는 회의에서 이 부분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핵심 규제 이슈에 대해 전부 ‘논의 중’이라는 보고가 올라왔다”며 “이 정도 내용을 가지고 어떻게 대통령까지 참석하는 회의를 열자고 할 수 있겠느냐”고 전했다.

이번 회의는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금융위원회 등 8개 부처가 범정부적으로 준비했다. 규제혁신 점검회의가 무기 연기됨에 따라 후속조치 마련에 전전긍긍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규제혁신 점검회의를 끝내면 하반기부터 갈등 사안을 비롯한 규제 혁신에 전면 돌입할 계획이었다”며 “하지만 문 대통령이 ‘더 강하게 하라’는 메시지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으로 갈등이 첨예한 이슈들에 대해 소관 부처가 분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정부는 지난해 9월 ‘선(先) 실시, 후(後) 규제’를 중심으로 한 ‘포괄적 네거티브’와 ‘규제 샌드박스(신산업 테스트 허용)’ 형식의 규제개혁 추진 방향을 결정했다. 이를 통해 신(新)산업 서비스 우선 허용, 입법 전 시범 사업 도입 등을 각각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마지막 단계가 빅데이터 등 갈등 사안 규제 혁신이었으나 준비가 미비했고, 내각 공직기강 확립 차원에서 전격 취소한 것이다.

강준구 최승욱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