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확전 땐 투자·소비심리 꽁꽁… 신흥국·금융시장에 직격탄

입력 2018-06-28 04:03

미국발(發) 무역전쟁이 세계 경기침체를 촉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확전되면 전 세계 교역이 위축되면서 세계경제 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불확실성 확대로 투자·소비심리도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국제유가 강세 등으로 이미 위기를 겪고 있는 신흥국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27일 보고서를 내고 “무역분쟁 심화로 세계경제의 하강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역전쟁이 글로벌 경기침체의 방아쇠를 당길 것이라는 ‘경고음’은 잇따라 쏟아지고 있다.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은 “보호무역 조치의 확대가 경기 후퇴나 침체를 일으킬 수 있다”며 “다자간 교역체제를 위협하는 것으로 인식되면 여파는 매우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유로존 경제의 ‘리스크 목록’ 중 첫 번째로 미국이 시작한 무역갈등을 지목했다.

무역전쟁의 직격탄을 가장 먼저 맞은 곳은 글로벌 금융시장이다. 미국이 중국기업에 대한 투자제한 조치를 도입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25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의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일본을 제외하고 대부분 급락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무역분쟁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더불어 세계경제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업에도 만만찮은 후폭풍이 불어닥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CNBC가 최근 북미와 아시아·태평양지역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 43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5%는 최대 외부 위험으로 미국의 무역정책을 꼽았다.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이 약한 신흥국은 더욱 괴롭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발걸음이 빨라지면서 아르헨티나 터키 브라질 등은 통화 가치 폭락, 자본 유출을 겪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상수지가 나쁘고 해외에서 돈을 많이 빌려 썼던 신흥국들, 특히 펀더멘털이 취약한 나라에는 무역분쟁이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 국가들도 예외는 아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는 중국이 무역 흑자를 줄이라는 미국의 압박에 따라 총수출을 10% 줄이면 아시아 국가의 경제성장률이 평균 1.1% 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대만과 말레이시아 한국의 피해가 클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 완충망’이 견고해졌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무역분쟁이 신흥국 금융위기를 불러올 가능성이 없진 않지만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김두언 KB증권 연구원은 “신흥국들이 수많은 위기를 겪으면서 내성을 다진 건 사실”이라며 “외환보유액 부족 등 여러 측면에서 미약했던 1997∼98년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