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보고-‘을’에게 돈 차용 법원 공무원 해임 정당하다”

입력 2018-06-27 19:16 수정 2018-06-27 21:14
고위직 법원 공무원이 자신의 감독 아래 있던 신축 법원 공사의 준공이 늦어질 수 있다는 보고를 받고도 상부에 전달하지 않아 해임된 사실이 최근 법원 판결로 드러났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30년 넘게 사법시설 건축 분야에 종사해온 공무원으로 지난해 3월 1일 개원 예정이던 부산지법 서부지원 신축공사의 관리·감독 책임을 맡고 있었다. 그는 2016년 10월쯤 하급자들로부터 공사 지연으로 예정일까지 준공이 힘들다는 보고를 수차례 받았다. 하지만 A씨는 이를 묵살하고 예정대로 개원 가능하다고 법원행정처에 보고했다. 결국 서부지원은 A씨의 보고와 달리 예정보다 5개월 늦게 문을 열었다.

A씨가 지위를 이용해 공사대금 결제를 미루는 등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현장소장 B씨에게 돈을 빌린 사실도 드러났다. 그는 2016년 5월 B씨와의 통화에서 “급해서 그러니까 내일까지 500만원 좀 구해봐”라고 강요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청렴의무 등 위반으로 해임됐고,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조미연)는 “A씨에 대한 해임 처분은 징계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서면보고 여부와 상관없이 A씨에게는 공사 지도·점검을 실시하고 적시에 상급기관에 보고할 의무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B씨의 통화 녹음 파일과 진술을 바탕으로 A씨가 금품을 받은 점도 사실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징계 사유가 둘 이상일 경우 중한 사유로 벌할 수 있지만 법원은 A씨의 과거 공적을 고려해 파면보다 처벌수준이 낮은 해임으로 처분했다”고 판시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