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원 지구촌교회 원로목사는 1975년 ‘새생활 세미나’라는 가정사역 세미나를 한국에서 처음으로 진행했다. 그로부터 43년이 흐른 2018년 ‘아름다운 늙음’이란 강연으로 인생 후반부 삶의 준비를 독려하고 있다. 주변 요청으로 강연 내용을 묶어 ‘노년 항해를 준비하라’(연합가족상담연구소)는 책을 펴낸 그를 지난 20일 경기도 성남 GMN(글로벌미니스트리네트워크)에서 만났다.
-한국사회에선 아름답게 늙음을 준비하기가 쉽지 않다. 이 책은 노년이 돼 읽기보다 ‘노년의 문 앞에 선 중년’을 위해 썼다고 들었다.
“은퇴에 대한 준비 없이 은퇴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말 그대로 ‘속절없이 늙어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에선 나이 듦, 존엄한 죽음 등 다양하게 논의가 이뤄지는데 한국교회는 너무나 잠잠했다. 2010년 은퇴한 뒤 2년 후부터 ‘뷰티풀 에이징’ 세미나를 시작했다. 새생활 세미나가 가정사역의 문을 열었듯이 이 책을 통해 다른 분들도 많이 참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책을 냈다.”
-지구촌교회 은퇴 후 일상은.
“한 달에 한 번 필그림하우스에 들어가 며칠씩 머문다. 천로역정 순례길 세미나 등 다양한 강연을 한다. 향후 3년 반 국내외 세미나 등 일정이 꽉 차 있다. 아내는 ‘가짜 은퇴’라며 제대로 은퇴하라고 한다.”(웃음)
-책 서두 ‘에이징’이란 시에서 노년을 겨울에 빗대지만 ‘겨울의 은총’을 잊어선 안 된다고 썼다.
“성경은 늙음을 긍정적으로 본다. 부정적 언급이 없진 않지만 성경은 고령화를 하나님 시간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지혜와 명철의 성숙으로, 하나님의 지속적인 사랑의 증거로 보고 있다. 이런 늙음의 긍정적 측면을 더 많이 강조할 필요가 있다.”
-은퇴 이후 삶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은퇴하면 아무것도 안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틀렸다. 개념 재정립이 필요하다. 은퇴란 자기 나이에 걸맞게 의미 있는 새로운 사역을 시작하는 것이다. 중년 후기, 55세 전후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할 때 생산적인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시니어 선교사로 살라는 권면을 많이 하던데.
“조금 일찍 은퇴한 뒤 동남아 등 선교지에 나가면 할 일이 많다. 중요한 건 현지 선교사와 팀으로 사역하는 것이다. 주체적인 리더가 되려면 힘들지만, 현지 선교사의 도우미나 섬김이가 돼 주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실제로 주변에 해외 선교지에 나가 행복하게 사는 은퇴자가 열명 넘게 있다. 국내에서도 선교적 마인드로 살면 좋겠다. 돈은 적게 벌어도 자그마한 일을 하면서 옆의 사람들을 도우며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다.”
책에서 이 목사는 노년기에 할 일뿐만 아니라 분노와 고독에 대한 준비, 조부모 되기, 황혼기 이혼과 재혼 및 독신으로 사는 것, 웰다잉과 성경적 죽음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를 다룬다. 성경적인 동시에 솔직하면서도 현실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책에는 이 목사의 아내 우명자 사모의 그림 30점도 함께 수록해 읽는 재미에 보는 즐거움도 더했다.
“지금 73세인데 70대야말로 전성기같이 살고 있다. 나를 골치 아프게 하는 의무에서 벗어났고 의미 있는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혼 주례를 많이 섰는데 85세 목사님이 65세 사모님과 재혼하는 결혼식 주례를 선 적 있다. 사별한 두 분이 8년 넘게 시너지 효과를 내며 나머지 인생을 행복하고 값지게 사는 것을 보면서 노년의 재혼도 반드시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느꼈다. 나이 들어 외롭다고 느끼면 재혼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크리스천의 가치관을 공유하며 인생의 남은 황혼을 몇 년이라도 같이 의미 있게 걸어갈 친구를 갖는 건 소중한 일이다.”
-나이로 서열을 매기는 문화 탓인지 노인들이 젊은 사람과 협업하거나 어울리기 어려울 때도 많은데.
“자연스럽게 순리로 받아들여야 할 인간의 숙명이 있다. 나이 먹으면 다시 아이가 되는 것이다. 어려서는 부모에게 의존하는 삶을 살다 직업을 갖고 결혼하면 독립적으로 산다. 나이 들면 복지기관이든 가족이든 다시 의존적인 삶을 살게 된다. 어려서는 부모로부터 ‘차 조심해라, 길 조심해라’ 이야기를 듣지만 늙으면 자식으로부터 ‘길 조심하세요’란 소릴 듣지 않나. ‘어린아이같이 되지 아니하면 천국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말씀처럼 ‘다시 아이 됨’을 통해 하나님 앞으로 가는 준비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교회나 목회자들에게 노년사역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
“과거엔 노인을 교회에 모아 놓고 도와주는 차원에서만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 먹어도 소그룹을 통한 선교나 봉사사역은 계속하라고 권할 때 그들이 기쁨을 느낄 수 있다. 교회가 사람들이 노년을 잘 맞이할 준비를 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
성남=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저자와의 만남-이동원 원로목사] “은퇴란 나이에 걸맞은 새로운 사역 시작하는 것”
입력 2018-06-28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