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장의 비서실장, 의전비서관에 임명

입력 2018-06-27 04:00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이 지난달 29일 청와대 세종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정부는 당일 회의에서 드루킹 특검법 공포안을 심의·의결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단행한 청와대 참모진 인사에서 송인배 제1부속비서관이 정무비서관으로 순환 배치되면서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송 비서관은 드루킹 네이버 댓글 조작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송 비서관이 정무비서관을 맡게 된 것에 대해 “제1부속비서관이 워낙 격무라 일부 순환 배치를 했다”며 “드루킹 문제와 직접 관련된 인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드루킹 의혹은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한다. (송 비서관의 드루킹 의혹은) 참고사항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정무수석을 도와 청와대와 국회의 가교 역할을 하는 자리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과 빈번하게 접촉하는 역할이다. 대통령과 청와대의 입장을 국회에 정확히 전달해야 하는 만큼 대통령의 뜻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인선 기준이 된다. 정무비서관은 지난해 11월 한병도 전 비서관이 정무수석으로 승진한 후 7개월간 비어 있었다.

다만 청와대가 드루킹 특검에 대비해 인사를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통령의 수족으로서 대부분의 일정에 동행하며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는 제1부속비서관이 특검에 출석할 경우 대통령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송 비서관의 정무비서관 이동이 이런 최악의 그림을 막기 위한 선제조치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송 비서관이 향후 야당 의원들과 긴밀히 접촉하며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신보라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드루킹 특검 수사 대상자인 송 비서관에게 청와대 업무를 계속 맡긴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또 “경우에 따라 기소될 수 있는 사람을 국회와의 가교 역할을 하는 정무비서관에 임명한 것은 청와대가 야당을 대놓고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청와대의 정무기능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송 비서관은 국회의원 선거(경남 양산)에 수차례 출마했지만 모두 낙선해 의원 경험이 없다. 야당 의원들과도 별다른 친분 관계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여당뿐 아니라 야당 입장에서도 대통령의 최측근과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있어 긍정적으로 바라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드루킹 연관 의혹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문 대통령은 송 비서관이 떠난 제1부속비서관 자리에 조한기 현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임명했다. 의전비서관에는 김종천 현 대통령 비서실장실 선임행정관을 승진 임명했다.

조 비서관은 제18대 대선에서는 뉴미디어지원단장으로, 제19대 대선에서는 SNS본부 부본부장을 맡아 문 대통령을 도왔다. 김 비서관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한양대 학생운동 후배이자 의원 시절 보좌관 출신이다. 비서실장의 ‘복심’으로 불리며 전반적인 청와대 업무에 능하다는 평가다.

다만 이날 임명된 3곳의 비서관 모두 친문 성향이 강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돌려막기’라는 비판도 있다. 세 비서관 모두 2016년 10월 서울 지하철 6호선 광흥창역 인근에 사무실을 마련했던 문재인 후보 대선준비팀인 ‘광흥창팀’ 멤버다. 이를 두고 한번 기용한 사람을 잘 바꾸지 않는 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