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무인운전·무인역사 도입 갈등

입력 2018-06-26 21:34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 노사가 지하철 무인운전·무인역사 도입을 두고 갈등을 겪고 있다. 노조는 공사의 도입 방침에 대해 시민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며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은 26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30일 전까지 무인운전·무인역사 추진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병범 노조위원장은 “무인운전은 시민과 노동자 인권이 담보돼야 하는데 김태호 사장은 노조와 상의없이 결정했다”며 “이번 달 안으로 모든 계획을 취소하지 않으면 사장 퇴진운동에 돌입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공사는 올해까지 8호선에서 무인운전을 시범 운행하고 내년엔 5호선까지 시범 운행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공사는 2013년부터 무인운전 시범운행을 실시했지만 보완사항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노조 양명식 승무본부장은 “무인운전을 도입한 싱가포르의 경우 터널 내 대피로가 마련돼 터널 안에서 열차가 멈춰서더라도 긴급 대피가 가능한 반면 우리는 관련 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승객 혼잡률이나 선로 조건을 고려하면 무인운전을 도입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화재와 같은 사고가 발생하면 즉시 조치가 어려워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측은 완전무인운전(UTO)이 아닌 기관사가 1명 탑승하는 전자동운전(DTO)이기 때문에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사 관계자는 “기관사가 승차하기 때문에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대응 가능하다”고 말했다. 신기술 도입에 따른 직원들의 불안은 이해하지만 미래 먹거리 발굴 차원에서 무인운전과 같은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노조는 오는 28일 군자역에서 시범 운영되는 ‘무인역사(스마트 스테이션)’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노조는 “2∼3인 1조로 이뤄지는 시설물 안전점건 대신 CCTV를 통한 가상순찰을 도입하고 업무 효율화를 꾀하겠다고 하지만 이 역시 어떤 응급조치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측은 “(CCTV를 통해) 비상 상황에 더 빠르게 반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반박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