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공사현장에서 큰불이 나 4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6일 세종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10분쯤 세종시 새롬동 트리쉐이드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공사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현장 근로자 정모(53)씨 등 3명이 숨지고 37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부상자 중에는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하던 소방관 3명(중상 1명, 경상 2명)도 포함됐다. 중상을 입은 소방대원은 4∼5m 깊이의 맨홀에 빠지면서 크게 다쳤고, 나머지 2명은 구조자에게 공기호흡기를 벗어주고 호흡기 없이 빠져나오다 연기를 들이마신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 당국은 아파트 빈틈 보수와 페인팅 작업을 하던 중 지하 2층에서 처음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휘발성이 강한 에폭시 관련 소재와 인화성 물질 등을 사용한 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 관계자와 목격자들은 ‘펑’ 하는 소리 이후 불길과 연기가 퍼지기 시작했다고 진술했다.
사고현장 인근의 한 주민은 “나는 폭발 소리를 1번 들었지만 우리 아들은 2번 들었다고 했다”며 “밖을 보니 1층에서 연기와 불꽃이 옆으로 퍼졌다”고 사고 당시를 전했다. 또 다른 주민은 “화산 폭발 장면처럼 불기둥이 시뻘겋게 치솟아 깜짝 놀랐다”며 “건물 곳곳에서 근로자 2∼3명씩 살려 달라고 외쳤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설비 관련 하도급 업체 직원이었던 사망자 3명은 지하 1층의 통상 ‘1번 게이트’로 불리는 조그만 창고 주변에서 발견됐다. 이들은 인화성 물질을 다루지 않는 설비작업을 했지만, 화재 후 현장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유독가스로 인한 질식 때문에 숨진 것으로 소방 당국은 파악했다.
불이 난 곳은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건물로 소방호스와 연기를 밖으로 내보내는 시설 등 소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여서 피해가 커졌다. 공사현장에는 인화성이 강한 자재가 많았지만 방재 설비는 전무하다시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연성 건축자재에 불이 옮겨 붙으면서 유독성 가스가 뿜어져 나왔지만 스프링클러 등이 작동하지 않아 소방대원들이 진화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또 시공사인 부원건설과 하도급 업체 측이 파악한 근로자 숫자가 달라 소방 당국이 사상자 명단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소방 당국은 부원건설과 하도급 업체 관계자를 모두 소집해 작업 근로자 수를 확인했다.
소방 당국은 향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재조사를 실시, 정확한 화재 원인과 범위를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임동권 세종소방서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불이 난 아파트는 신축공사 중이라 소방설비가 전혀 설치돼 있지 않았다”며 “소방관이 맨몸으로 어두컴컴한 데다 짙은 연기가 가득 찬 곳으로 일일이 들어가 수색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세종=홍성헌 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
‘펑’ 소리 후 불기둥·연기 치솟아… 곳곳서 “살려주세요”
입력 2018-06-26 19:09 수정 2018-07-26 1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