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하게 가산금리를 부과해 대출이자를 더 받아온 일부 시중은행이 서둘러 환급 대책을 내놨다. 금융감독원이 은행 9곳을 대상으로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점검해 결과를 공개한 지 닷새 만이다.
다른 은행들도 과다 청구 사례와 금액을 확인해 환급 절차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고객들의 반발이 거세다. 소비자단체 등에서 집단소송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KEB하나·씨티·BNK경남은행은 26일 대출금리가 부당 산출된 대출자, 환급금액, 향후 절차 등을 발표했다. 경남은행은 금감원의 점검 대상 9곳에 들어가지 않았다. 금감원은 지난 4월부터 지난달까지 일부 은행의 고객정보 관리 실태를 조사하다 대출금리 부당 산정 사례를 찾아냈다. 경남은행은 이때 적발됐다.
경남은행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연소득이 있는 고객의 소득을 누락하거나 낮게 입력해 1만2000건의 대출에 대해 이자를 과도하게 받았다. 경남은행의 전체 가계자금 대출에서 6% 수준이다. 대출 고객 100명 가운데 6명에게 내지 않아도 될 이자를 더 물렸다. 경남은행은 환급금액을 최소 6억원에서 최대 25억원으로 추산했다. 경남은행은 “자체 점검을 거쳐 다음 달 중 고객에게 환급하겠다”며 “향후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직원교육 등을 통해 이런 일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2012년부터 올해 5월까지 6년5개월간 취급한 대출 690만여건 가운데 252건에서 최고금리 적용 오류가 발생했다. 고객 수로는 193명(가계 대출 34명, 법인 대출 159명)이다. 환급할 이자는 1억5800만원이다. 하나은행은 “최대한 빨리 고객들에게 환급할 예정”이라며 “향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씨티은행은 2013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5년 동안 27건에 대해 금리를 과다하게 청구했다. 담보부 중소기업 대출에 신용원가를 잘못 적용한 것으로 환급할 금액은 1100만원이다.
다른 은행들도 금감원의 점검 결과를 통보받는 대로 자체 조사를 벌여 환급 규모와 대책 등을 내놓을 예정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으로부터 점검 결과를 아직 통보받지 못했지만 (결과를 받으면) 어떤 식으로든 조치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한 금융 당국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도 불합리한 고금리 부과 관행이 있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금리 산출이 합리적인지 확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이 서둘러 수습책을 마련하고 나섰지만 소비자의 불안과 불만은 식지 않고 있다. 직원의 단순 실수라고 보기엔 대출금리가 과도하게 산정된 사례가 너무 많고 액수도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금감원은 대출금리 부당 산정 사례가 수천 건에 이른다고 밝혔지만 경남은행에서만 1만건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리를 부당하게 산정한 은행 명칭을 공개하지 않은데 대해서도 소비자 기만행위로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금융소비자원 관계자는 “은행들의 자체 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금감원에 조사 결과에 대한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 금융소비자원은 피해 사례를 수집해 배상을 추진하고, 제대로 안 될 경우 대규모 소비자 공동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양민철 박재찬 기자 listen@kmib.co.kr
“더 받은 대출 이자 환급” VS “소비자 기만… 소송 추진”
입력 2018-06-27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