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무역전쟁 직격탄 맞은 ‘소비 심리’

입력 2018-06-26 19:51
26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한 상점에 의류제품이 진열돼 있지만 쇼핑 고객이 없어 한산하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소비자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용지표 부진과 미·중 무역분쟁 재점화 등으로 이달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 대비 2.4포인트 하락한 105.5를 기록했다. 뉴시스

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 오름세를 보였던 소비자심리지수가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1년2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 12일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따른 ‘한반도 평화 무드’ 기대감보다 무역전쟁이 소비심리를 움츠러들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18년 6월 소비자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 대비 2.4포인트 내린 105.5를 기록했다. 지난 11∼18일 전국 2200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1958가구가 응답한 결과다. 국정농단 사태로 탄핵 소용돌이에 휘말렸던 지난해 4월(100.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락폭은 2016년 11월(6.4포인트) 이후 가장 컸다.

소비자심리지수는 가계의 종합적인 소비심리를 보여주는 지표다. 장기 평균치(2003년 1월∼2017년 12월)를 기준으로 100보다 높을수록 낙관적 심리가 많음을 의미한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11월부터 5개월 연속 하락하다가 지난달에 반짝 상승했었다.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로 남북 경제협력 기대감이 커진 덕분이었다.

그러나 이달 들어 다시 하락 흐름을 타고 있다. 취업자 수 증가폭이 7만명대에 그치는 등 고용지표가 부진한 데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미·중 무역전쟁 우려감 증폭 등 악재가 겹치고 있어서다. 한은 관계자는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남북 정상회담을 한 차례 치른 것이 이미 영향을 미쳐 이달 소비심리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가계의 경제 상황 인식을 나타내는 현재경기판단지수(84)와 향후경기전망지수(96)는 나란히 5월보다 떨어졌다. 취업기회전망지수(93)도 전월 대비 내렸다.

가계의 재정 상황에 대한 인식을 나타내는 현재생활형편지수(94)와 생활형편전망지수(99)도 모두 전월 대비 하락했다.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에 따라 내림세로 전환된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지난달보다 4포인트 내린 98을 찍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