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중남부에 위치한 잠비아는 대표적인 빈곤국 중 하나다. 인구의 절반 이상은 하루 소득이 2달러에도 못 미친다. 자연환경이 척박하고 농업기술도 미비해 만성적인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초등교육이 무상이지만 취학률은 60% 미만이다. 학교 시설의 부족, 교재와 교복 등을 구입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또 오염된 물로 수인성 질병에 걸리는 경우가 많아 위생시설 및 습관에 대한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제NGO 한국월드비전은 2006년부터 잠비아 뭄부와와 카인두 지역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업비 전액은 한국월드비전에서 연간 218만6268달러(약 24억3856만원)를 지원하고 있다. 현재 한국월드비전을 통해 후원받는 뭄부와 지역 아동은 5616명, 카인두 지역 아동은 5000명이다.
국민일보와 한국월드비전이 함께하는 ‘밀알의 기적 캠페인’ 모니터링단은 지난 11∼13일 뭄부와 지역을 방문했다. 뭄부와는 잠비아의 수도 루사카에서 서쪽으로 약 151㎞ 떨어진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서울 응암감리교회 이기철(58) 목사와 김행자(55) 사모는 이번 방문에 앞서 ‘잠비아 어린이들에게 사랑의 가축보내기 캠페인’을 벌여 모금한 2000만원을 한국월드비전에 전달했다. 후원금은 뭄부와 지역 극빈층에 800마리의 염소를 전달하는 염소 프로그램에 사용된다. 방법은 가구당 암수 2마리를 분양하고 1년 후 새끼를 낳은 암수를 다른 이웃과 나누는 릴레이 방식이다.
지난 13일 오전 뭄부와 카오사 마을에서 만난 바이올렛 카핌파(41)씨는 지난해 남편이 사고로 죽은 후 아니타(15) 콜린스(12) 컴퍼트(9) 마거릿(7) 마리(2) 5명의 자녀를 혼자 힘겹게 키우고 있었다. 산에서 나무뿌리를 캐어 시장에 팔아 근근이 생계를 잇고 있다. 그녀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 간호사와 경찰이 되고 싶어 하는 자녀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없는 것에 마음 아파했다.
“하루 종일 25㎏ 정도의 나무뿌리를 캐면 2달러 정도를 받는데 그마저 일할 수 있는 날은 일주일에 3일 정도예요. 학교엔 큰딸만 보내요. 학교에 다니고 싶어 하는 콜린스는 친구들 틈에서 몰래 수업을 듣다가 쫓겨 오기도 해요.” 엄마의 눈엔 슬픔이 가득했다.
이날 오후 이 가정에 염소 2마리가 전달됐다. 뭄부와 루상카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진행된 염소 전달식에서 다시 만난 바이올렛과 콜린스 모자의 표정은 오전과 너무 달랐다. 염소를 안고 있는 콜린스는 “이제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됐어요. 염소를 잘 키울 거예요”라고 말한 후 웃었다. 염소가 아닌 희망을 안고 있는 듯했다. 엄마는 아들이 웃자 비로소 웃었다.
“염소를 키울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하루에 한 끼밖에 먹을 수 없는 아이들에게 영양을 공급해 줄 수 있고, 염소가 늘어나면 팔아서 농기구도 사고 비료도 사고 농사도 지을 수 있을 거예요. 그러면 공부하고 싶어 하는 콜린스를 학교에 보낼 수 있잖아요. 우리 집은 이제 살아갈 희망이 생겼어요.”
농업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아프리카에서 염소는 한 가정의 소중한 재산이다. 염소는 열악한 기후의 초원에서도 강한 생존력과 번식력으로 1년에 2∼3마리의 새끼를 낳아 가정경제에 보탬을 줄 뿐만 아니라 매일 신선한 염소젖을 아동들에게 제공해 단백질을 보충해 준다.
뭄부와 월드비전 사업장에서 소득증대를 담당하는 헨드릭스 카베는 이번 염소 프로그램으로 최소 400가정에서 600명의 어린이가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염소 분양을 위해 마을위원회를 조직해 선정 대상과 순서를 정하고 모니터링할 겁니다. 1년 후 새끼를 낳은 염소는 다른 가구에 보내는 릴레이 방식으로 진행돼 3년 안에 1000가정이 수혜를 받을 겁니다. 아마도 4∼5년 후면 마을 공동체가 모두 염소를 갖게 될 것입니다.”
이 목사는 “가축지원 프로그램은 지역주민들이 스스로 생계를 꾸려갈 수 있도록 돕기 때문에 아프리카에서 염소는 가축이 아니라 희망인 것 같다”며 “염소가 꼭 필요한 가정에 희망이 되고 살아가는 데 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한국월드비전 잠비아 사업 현황
150개 식수시스템 개발했지만… 혜택 못받는 지역 여전
국제NGO 한국월드비전은 잠비아에서 농업, 보건(AIDS 예방) 및 교육을 중심으로 지역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은 2020년까지 계속된다. 뭄부와 월드비전 사업장 매니저 알프레드 쿠쉬는 “그동안 150개의 식수시스템을 건축했고 고장 난 식수시설 50개를 수리했다. 그러나 아직 카인두와 뭄부와 지역에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친센가 초등학교는 지난 3월 교실 한 동의 지붕이 태풍에 날아가 아이들이 나무 그늘 아래 책상을 놓고 공부하고 있다. 전교생 445명 중 137명이 현재 월드비전의 후원을 받고 있지만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해 보였다.
또 마부마 마을은 식수개발이 절실한 곳이다. 현재 3개 마을 300여명의 주민이 비위생적인 4∼5개의 웅덩이에서 물을 길어 사용하고 있다. 가축과 함께 물을 마신다.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우기엔 강이 범람해 식수를 얻을 수 없고 건기엔 물이 말라 4㎞ 떨어진 곳으로 물을 길으러 가야 한다. 아이들이 물을 마시고 배탈 설사 등의 증세를 일으켜 일주일씩 결석해 교육이 중단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월드비전의 지원으로 2011년 개교한 나루상가 중·고등학교는 식수시스템과 시설 등이 지역의 자랑거리였다. 267명의 학생이 공부하고 있다. 존 하무아치 교장은 “한국월드비전의 지원으로 학생들은 다른 학교에 없는 최신 교재로 공부하고 있다. 특히 5개의 식수 펌프를 설치해 인근 주민 800여명과 학생들이 함께 사용하고 있다. 콜레라가 창궐할 때 이 지역은 깨끗한 물 덕분에 피해가 없었다”고 말했다. 재학생 보린 얀베(16)양은 “학교에 식수시스템이 생기기 전엔 2㎞를 걸어가서 물을 길어야 했지만 지금은 학교에서 식수를 공급받아 너무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지원을 받는 곳과 지원을 받지 못하는 곳의 삶의 질은 큰 차이가 있었다. 한국월드비전은 앞으로 부모가 자녀를 스스로 돌볼 수 있도록 소득증대사업을 하고, 1만명의 아동이 후원을 받게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또 지역의 문맹률을 낮추고 모자보건사업을 통해 다섯 살 미만 아동의 건강상태를 관리하고 각 가정에 깨끗한 식수를 공급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뭄부와(잠비아)=글·사진 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
[밀알의 기적] 염소는 새끼를 낳고, 극빈층 가정은 ‘희망’을 낳는다
입력 2018-06-27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