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만 1000여개…‘대전세대’ 몰린 사교육 1번지

입력 2018-06-25 22:01
서울 대치동 학원 스타강사 수업의 앞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수강생들이 수업 시작 전 자신들의 가방을 줄 세운 모습. 서울시 제공

지난해 11월 15일 포항 지진으로 수능이 1주일 연기되자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는 ‘지구가 내린 일주일의 선물’이라는 제목의 단기 특강이 개설됐다. 대치동 학원가는 발 빠르게 입시 일정과 상황에 맞는 강의를 개설해 ‘사교육 일번지’로서의 이미지를 더욱 확고히 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아시아도시센터와 공동으로 ‘2017 서울생활문화자료조사, 대치동 사교육 일번지’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5일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치동이 사교육 중심지로서 떠오른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다. 이 지역은 휘문고, 숙명여고 등 강남 명문고가 다수 위치해 있어 높은 교육열을 지닌 수요층이 자리 잡았고 유해업소가 없는 안정적인 주거지로 알려져 왔다. 2014년 기준 대치동에는 1056개 학원이 등록됐다.

대치동에 거주하는 이들은 학령기 자녀를 둔 경우가 많았다. 소위 ‘대전세대’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이들은 자녀 교육을 위해 대치동에 전세로 머무는 가구를 말한다. 1998년부터 2016년까지 40대 전입인구가 가장 많았고 입시를 마감한 20대 전출인구가 가장 많았다. 지난해 대치초등학교 5학년 한 반을 조사한 결과 26명 중 15명이 지방이나 외국, 인근지역에서 전학 온 아이들로 나타났다.

대치동 학원가는 대형학원, 소규모 보습학원, 재수생 종합학원, 영재학교 입시를 위한 그룹과외, 내신대비 수업 등 수요에 맞는 강의가 다양하게 이뤄진다. 강사는 특정 학원에 계약돼 있지 않고 수업을 받는 학생 그룹이 구성되면 어디든 강의를 하는 방식이다. 이를 연결하는 역할이 바로 학원의 ‘상담실장’이다. 대치동에는 학원뿐 아니라 사교육을 지원하는 독서실과 스터디카페, 학사, 고시원 등도 다수 포진돼 있다. 최근에는 학원과 연계해 주변 호텔에 투숙하는 프로그램까지 생겨났다.

‘휠팩(바퀴 달린 가방)’을 끌고 다니는 학생과 학부모의 모습은 대치동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미국 교과서를 중심으로 강의가 진행되는 어학원의 경우, 이곳에서 원생에게 제공하는 휠팩이 대치동 학부모들의 자부심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