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서울국제도서전 가보니…위축된 기독 출판 현주소 드러나

입력 2018-06-26 00:00
지난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행사장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올해 처음 열린 ‘라이트 노벨’ 행사를 찾은 10, 20대 젊은 독자 행렬이었다. ‘확장’을 주제로 열린 도서전엔 예년보다 많은 사람이 몰렸다. 오디오북, 가상현실(VR) 체험장 등 트렌드에 발맞춘 새로운 시도도 눈에 띄었다.

반면 기독교 출판계 부스는 밋밋했다. 출판사와 기독교출판문화협회(기출협)뿐만 아니라 교단이나 총회 관련 기관 어디에서도 ‘확장’이라는 주제에 어울리는 시도나 새로운 도전을 선보인 곳은 없었다.

일반 출판사의 경우 민음사 김영사 등 대형 출판사는 규모로, 마음산책 같은 강소형 출판사는 개성을 내세워 독자와 교감을 시도했다. 하지만 기독교계 출판사의 경우 빅3로 불리는 출판사의 단독 부스는 찾아볼 수 없었다. 브랜드 고정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출판사들도 자리를 함께 하지 않았다.

출판사 연합 부스와 기출협 부스로는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기에 역부족인 것처럼 보였다. 대다수 출판사들이 도서정가제 도입 이후 실질적인 가격 할인 혜택이 없어 투입 인력 대비 매출이 시원찮다는 이유로 참여를 꺼렸다고 한다. 드림북 부스를 찾은 저자 황영철 목사와 마주친 것을 제외하면 현장에서 목회자들을 찾기도 어려웠다. 실제로 예년에 비해 목회자들의 방문이 확 줄었다고 한다.

기독교 출판 및 관련 물품을 다루는 하늘유통 황성연 대표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늘유통은 책과 함께 성경적 게임용품 등을 함께 전시했다. 이날 밤 열리는 한국과 멕시코의 월드컵 2차전 거리응원에서 쓸 수 있도록 ‘I봭JESUS’가 적힌 응원도구도 무료 배포했다. 황 대표는 “단순히 책만 소개하는 자리가 아니라 기독교 문화를 알릴 수 있는 기회인데 대형 출판사를 비롯해 참여가 저조해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최승진 기출협 사무국장은 “일반 출판사들이 시장경쟁뿐 아니라 콘텐츠가 주목받을 수 있는 법적·사회적·문화적 환경 조성에 민감하고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것에 비해 기독교 출판계를 대표하는 기관이나 교단, 성경출판사에 아쉬움이 남는다”며 “그들이 확실하고 건실한 자기 구역에 만족하고 전체 기독출판 생태계 강화에 관심을 두지 않을 때 기독교 출판 생태계는 고사하고 말 것”이라고 토로했다.

많은 이들이 기독교를 ‘책의 종교’라 부른다. 하지만 무관심과 무전략으로 책과 문화를 소홀히 하면서 다음세대에 다가갈 대안을 찾는 교회의 현실은 모순으로 보인다. 기독교인 스스로 좋은 채널 하나를 닫고 있는 것은 아닐까.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