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가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부산 수영로교회에서 7차 선교전략회의(NCOWE)를 열고 선교 현안을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했다. 회의에서는 다양한 전략이 도출됐지만 실제 후원을 받는 파송교회와는 인식차가 커서 실행 여부는 미지수다. 선교계와 파송교회 사이의 간극을 좁혀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지만 뾰족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전략과 현실 사이, 엇박자
나흘 동안 진행된 NCOWE에서는 수많은 이슈가 나왔다. ‘비즈니스 선교’ ‘디아스포라 선교’ ‘은퇴 선교사 지원’ ‘선교지 이양 방안’ ‘선교 출구전략’ ‘선교사 자녀 교육’ ‘선교사 재배치’ 등 20개 가까운 현안이 분과별 토론을 거쳤다. 199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선교사 파송을 시작한 한국교회는 사역이 확장될수록 다양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앞선 이슈들도 현시점에서 반드시 해법을 찾아야 하는 현안들이지만 답보 상태다.
교세가 줄어든 것이 가장 큰 변수다. KWMA가 올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교회는 170개국에 2만7436명의 선교사를 파송했다. 파송 규모로만 보면 세계 2∼3위를 다투는 수준이지만 선교 인프라 구축은 걸음마 단계다.
교세 감소는 선교비 후원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실제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선교부의 경우 매달 1100달러(122만원)만 후원해도 ‘주후원교회’ 자격을 부여한다. 주후원교회란 특정 선교사를 전적으로 파송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교단법에는 매달 2200달러(245만원)를 후원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선교사 은퇴 이후의 삶도 문제다. 10년 동안 인도네시아에서 사역한 뒤 귀국한 A선교사는 “간혹 교회가 선교사 은퇴를 위한 준비를 해주는 경우가 있지만 극히 일부다. 선교사가 사역하면서 은퇴를 준비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선교계에 따르면 현재 누구도 은퇴를 준비하고 있지 않다. 단지 고민만 할 뿐이라는 게 현장 분위기다. 파송교회와 선교현장 사이에 발생하는 엇박자는 도처에 널려 있다. 그럼에도 교회의 후원 없이는 모두 탁상공론에 그치기 쉽다. 선교계가 ‘비즈니스 선교’나 ‘자립선교’ 등 대안을 찾기 위해 고심하는 것도 파송교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고육지책이지만 여의치 않다.
선교사, 교회와 머리 맞대라
교회와 선교사들 모두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접점을 늘려야 한다. 한인세계선교사회(KWMF)는 내년 7월 1일부터 케냐 몸바사에서 아프리카 선교전략회의를 연다. 이 자리엔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가 자진해 참석하기로 했다. 지난 20일 NCOWE에 참석한 이 목사가 선교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프리카 선교전략회의 소식을 듣고 즉석에서 결정을 내렸다. 선교 현장을 이해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전문가들은 교회와 선교현장의 소통이 확대돼야 해법이 나올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안교성 장로회신대 교수는 “교회는 선교사를 ‘선교 부목사’로 보는 시선을 거둬야 하고 선교사는 교회를 ‘후원만 하는 곳’으로 봐선 안 된다”면서 “상호존중을 기반으로 서로 알아가야 한다. 이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회와 선교사 모두 서로 운명공동체임을 인정한 뒤 전략 실행을 위해 머리를 맞대라”고 주문했다.
부산=글·사진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파송 교회·선교현장, 선교전략 인식 차 컸다
입력 2018-06-26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