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여명 직원의 기도제목과 대소사를 직접 챙기는 경영인이 있다. 하나님 나라 닮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40여년을 노력해 온 전희인(71) 한국교세라 대표를 지난 20일 인천 남동구 회사 대표실에서 만났다.
절삭공구 생산 기업인 한국교세라는 직장과 신앙공동체를 묶는 ‘십자가 경영’으로 알려져 있다. 직원 16명씩 26개 조로 만든 신앙공동체인 ‘사랑의 공동체’는 관계 형성의 핵심이다. 공동체별로 모여 삶을 돌아보며 필요를 채우도록 돕는다. 생산 영업 기술 기획 4개 부서 직원이 제비뽑기로 골고루 섞여 부서 칸막이도 없앴다.
전 대표는 사랑의 공동체 리더들을 일대일로 제자훈련한다. 리더들은 팀원들의 중요한 고민거리를 전 대표와 나눈다. 중보기도를 요청할 때면 전 대표가 직접 기도한다. 매년 부활절 전 목요일에는 직원들의 발을 직접 씻겨주는 세족식을 하며 그들에게 상처 주는 행동을 하지 않았는지 회개한다고 한다. 전 대표는 “사원들을 인격적으로 모독하거나 기계처럼 다루는 일은 우리 회사에서 상상할 수 없다”며 “형제처럼 서로 격려하고 사랑하니 가족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결실은 곳곳에서 나타났다. 사내 부부가 36쌍이나 된다. 전 대표는 모든 결혼식에 빠짐없이 찾아간다. 입사 후 신앙을 갖게 된 직원만 180여명이다. 카리스마 경영자로 알려진 이나모리 가즈오 일본교세라 창업자도 전 대표의 십자가 경영과 가족 같은 회사 분위기를 알고 있다고 한다.
치유와 회복의 역사도 나타났다. 전 대표는 “암 투병 중이던 사원을 위해 전 직원이 중보기도를 했는데 완치 판정을 받았다”고 자랑했다. 사내의 한 탈북여성도 최근 북한에 두고 온 어머니, 딸과 재회할 수 있었다. 전 직원이 기도제목을 공유하며 기도했다.
전 대표의 하나님 중심 경영의 시작은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9년 어머니가 중풍으로 쓰러지면서 다니던 현대자동차그룹에서 퇴사하고 단돈 300만원으로 한록물산을 차렸다. 직원 수가 10명이 되자 가장 먼저 월요일 예배를 시작했다.
IMF 외환위기가 닥치자 전 대표는 매일 새벽 서울 충신교회에 나가 기도했다. 하루는 직원들을 위해 기도하다가 ‘직원들을 사랑한다고 했는데 그들에게 복음을 전했는가’ 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은 전 대표는 이후 직원의 영혼 구원을 최고 사명으로 삼았다. 이후 회사는 ‘하나님 나라’로 변했고 한록물산은 일본교세라와 합작으로 한국교세라를 세우며 퇴사자 없이 전 직원을 위기에서 구할 수 있었다.
전 대표는 “노사가 서로 믿고 사랑하는 가운데 신뢰는 생겨난다”며 “믿고 말을 터놓다 보면 그 안에 예수의 사랑이 젖어 들고 회사는 복음으로 채워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인천=글·사진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직장·신앙공동체 묶는 ‘십자가 경영’… 하나님 나라 닮은 회사로
입력 2018-06-26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