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이 JP 빈소 조문 않은 까닭은, “특정인 조문 전례 없다”

입력 2018-06-25 18:40 수정 2018-06-25 23:38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종필 전 총리의 빈소를 찾아와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하고 있다. 김 장관은 “역대 총리를 지낸 분들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했었다”며 “관례는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김종필 전 국무총리 빈소에 조문하지 않기로 결정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정치적 공과(功過)를 두고 논란이 일었던 훈장 추서 문제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직접 빈소를 찾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김 장관에게 ‘유족에게 예를 갖춰 애도를 표하라’고 지시했다”며 “문 대통령의 조문은 이것으로 갈음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김 전 총리가 별세한 지난 23일 조화를 보냈다.

문 대통령이 조문을 가지 않은 이유로는 김 전 총리의 생전 행적을 둘러싼 논란이 우선 꼽힌다. 김 전 총리는 1961년 처삼촌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 쿠데타에 가담해 군사정권 탄생에 일조했고, 90년 민정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의 ‘3당 합당’을 주도해 지역주의 정치를 고착시켰다는 부정적 평가도 받는다. 75년 유신독재 반대시위로 구속됐고, 지역주의를 타파하겠다는 신념을 가진 문 대통령과는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전 총리의 정치적인 지위와 원로로서의 상징성 등을 감안해 찬반 양론이 내부에서 있었지만 결국 안 가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말했다.

청와대 다른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취임 후 (특정인의) 조문을 간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가야금 명장 황병기 선생, 패트릭 맥그린치 신부(한국명 임피제)가 별세했을 때도 조전을 보냈다. 다만 제천 화재 후에는 빈소를 찾아 유가족을 조문한 적이 있다.

지난 대선 직전 김 전 총리가 “문재인은 이름 그대로 문제”, “난 뭘 봐도 문재인이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되겠다” 등으로 비난한 것도 영향을 끼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하지만 여권 관계자는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이명박 전 대통령을 초청하고, 리셉션장에서도 먼저 찾아가 악수한 게 문 대통령”이라며 “산전수전 다 겪은 문 대통령이 일부 발언 때문에 조문을 안간 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빈소에서 훈장을 추서한 뒤 기자들을 만나 “정부가 마련하는 의전 절차가 있고, 역대 국무총리를 지낸 분들에게는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했었다”며 “관례는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김 전 총리에게 훈장을 선(先) 추서했으며, 추후 정부 공훈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밝혔다.

장례 사흘째인 이날에도 빈소에 각계 인사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김 전 총리를 ‘서산의 지는 해’로 비유하며 대립했던 이인제 전 의원은 “김 전 총리는 항상 긍정적인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보고 미래를 통찰하신 분”이라고 평가했다. 지방선거 이후 미국으로 출국했던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서울시장 후보도 빈소를 찾았다. 안 전 후보는 향후 행보에 대해 “생각을 정리한 다음에 말씀드릴 기회를 갖겠다”고 했다. 박희태·정세균 전 국회의장, 고건·김황식·이현재·정원식·정홍원·황교안 전 국무총리도 빈소를 다녀갔다. 재계에서도 최태원 SK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빈소를 찾았다.

강준구 심우삼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