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64) 터키 대통령이 헌법 개정 이후 처음 열린 대선과 총선에서 모두 승리했다. 이번 승리를 통해 에르도안 대통령은 길게는 15년 동안 장기 집권할 발판을 마련했다. 사실상 ‘현대판 술탄’에 등극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실시된 대선에서 52.55%의 득표율을 얻었다고 터키 관영 아나톨루 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과반 득표에 성공함으로써 결선투표 없이 당선을 확정했다. ‘에르도안 대항마’를 표방했던 공화인민당(CHP) 무하렘 인제(54) 의원은 31.7%를 얻는 데 그쳤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함께 치러진 총선에서도 승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여당 정의개발당(AKP)은 42.49%를 득표해 원내 1당에 올랐다. 정의개발당과 선거 연대를 이룬 우파 성향 민족주의행동당(MHP)도 11.13%를 얻어 에르도안 대통령은 과반 의석 확보에 사실상 성공했다.
에드로안 대통령은 선거 결과가 공식 확정되기 전 일찌감치 승리를 선언했다. 그는 이스탄불 대통령궁에서 지지자들에게 “국가가 다시 내게 대통령직을 부여했다”고 말했다. 야당은 개표 초반에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지만 결국 마지못해 패배를 인정했다. 공화인민당 대변인 뷜렌트 테즈잔 의원은 “결과가 어떻든 간에 우리 시민들은 분노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터키는 지난해 4월 국민투표를 통해 의원내각제를 대통령중심제로 바꾸는 개헌안을 가결했다. 개정 헌법에 따르면 터키 대통령 임기는 5년이며 중임 가능하다. 특히 중임 대통령에 한해 재임 기간 중 조기 대선을 치러 당선될 경우 임기를 추가로 5년 더 연장할 수 있다.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2033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한편 반(反)에르도안 성향이 강한 쿠르드계 인민민주당(HDP)의 약진은 주목할 만하다. 인민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11.62%를 얻어 원내 진출 하한선(10%)을 넘기는 데 성공했다. 인민민주당이 확보한 의석은 67석으로, 여당 정의개발당(293석)과 제1야당 공화인민당(146석)에 이어 제3당에 올랐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술탄 에르도안’… 15년 장기집권 시동
입력 2018-06-25 1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