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연합훈련 중단에도 비핵화 조치 없는 북한

입력 2018-06-26 04:04
남북은 25일 군사실무접촉에서 빠른 시일 내 동·서해 지구 군 통신선을 복구하기로 합의했다. 2011년 2월 천안함 피격 등을 다룬 실무접촉 이후 7년4개월만에 열린 자리에서다. 북방한계선(NLL) 인근 남북 함정 간 우발적 충돌을 줄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26일에는 동해선·경의선 철도, 28일 도로, 다음 달 4일 산림 협력 분과 회의가 잇따라 열린다. 남북 교류가 군사 분야를 넘어 경협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다만 대북제재가 엄존한 상황에서 본격적인 경협 논의는 어려워 실태조사와 공동 연구 등에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 교류가 활성화되고 군사분계선에서의 긴장 완화가 이뤄져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다만 속도와 등가성 측면에서 우려스러운 점이 없지 않다. 한·미는 8월로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과 해병대 연합훈련을 중단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선제적 선의 조치로 이해가 간다. 문제는 당초 26일부터 3일간 예정됐던 태극연습 연기까지 결정했다는 점이다. 북한이 문제를 삼은 적도 없고 컴퓨터 시뮬레이션 훈련에 불과한 국군 단독 훈련까지 연기한 것이다. 서북도서에서 K-9 자주포 등을 동원해 정례적으로 실시해온 실사격 훈련마저 중지할 태세다. 대북 안보 전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반대로 북한이 연례 훈련을 중단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성급함이 느껴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 22일 대북제재 관련 행정명령 6건의 효력을 1년 더 연장했다. 매년 갱신하는 절차인 만큼 큰 의미를 부여할 순 없지만 비핵화 이전에는 경제 제재를 풀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은 분명하다. 연합훈련 연기로 대화 모멘텀은 이어가되 비핵화 원칙은 지키겠다는 강온 전략이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가 남북 협력을 서두르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판문점선언 이후 조성된 평화 무드를 이어나가려는 노력은 이해되지만 독주는 금물이다. 북한의 태도 변화에 따라 속도를 조절해 나가야 한다. 완전한 비핵화의 길은 멀고도 험한 만큼 긴 안목에서 접근해 나갈 필요가 있다.

더구나 북한은 한·미가 연합훈련까지 중단했음에도 불구하고 비핵화 본질과 관련된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약속했다는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기 관련 언급은 아직 없다. 오히려 언론 매체를 동원해 신뢰 구축을 위한 미국의 선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북·미 간 물밑에서 어떤 논의가 오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북한이 중국을 지렛대로 활용해 뜸을 들이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이 있다면 빨리 움직여야 할 것이다. 북한이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로 호응해야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을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