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지 8일 만에 발견된 강진 여고생 추정 시신은 참혹했다. 옷은 다 벗겨져 있었고 얼굴은 물론 정확한 키조차 판별하기 어려울 만큼 부패한 상태였다. 어찌 된 일인지 머리카락도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으로 “아르바이트하러 간다”며 집을 나섰던 16세 소녀는 11㎞ 떨어진 산꼭대기에서 짧은 생을 마감했다. 모든 죽음은 설명이 돼야 한다. 우리는 명백한 자살도 심리적 부검을 통해 원인을 찾아내려 분투하고 있다. 그래야 비슷한 죽음을 예방할 수 있어서인데 타살일 경우 더욱 그러하다. 반인륜 범죄를 미제(未濟)의 영역에 둬선 안 되기에 살인사건 공소시효를 없앴듯이 이번 사건도 유력한 용의자가 자살한 터이지만 그 전모는 끝까지 밝혀내야 한다.
강진 여고생 사건은 수수께끼투성이다. 숨진 A양은 지난 16일 ‘아빠 친구가 아르바이트를 소개해준대서 만나러 간다’는 SNS 메시지를 남긴 뒤 소식이 끊겼다. 그러면서 ‘무슨 일이 생기면 신고해 달라’는 글을 덧붙일 만큼 불안해했고, 그가 따라갔다는 용의자는 이튿날 돌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시신은 용의자의 차가 주차됐던 곳에서 산길로 1㎞ 떨어진 지점에 있었다. 체중이 약 70㎏이던 A양을 혼자 끌고 가기란 불가능해 보이는 가파른 길이어서 공범이 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시신 주변에선 유류품이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범인이 옷과 소지품을 가져가 없앤 것으로 보이는데 정작 시신은 흙으로 덮거나 은닉한 흔적 없이 그대로 방치한 상태였다.
경찰의 초동수사는 아쉬움이 남는다. 17일 새벽 실종신고를 받고 수색에 나설 때 용의자 신원 확보에 좀 더 주력했다면 자살 전 검거했을지도 모른다. 당초 파악한 용의자 동선과 멀지 않은 곳에 시신이 있었던 만큼 더 일찍 찾아냈다면 더 많은 단서가 남아 있었을 테다. 경찰은 이제라도 과학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이 소녀가 죽음에 이른 과정을 규명해야 한다. 공범의 존재 여부와 범행의 숨은 동기를 밝혀내려면 광범위한 탐문수사와 주변 인물 조사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인면수심의 강력범죄는 어떤 상황에서든 전모가 드러나게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입증해 경종을 울리기 바란다. 그것이 국민의 생명을 책임지는 국가기관의 역할이다.
[사설] 강진 여고생 사건, 끝까지 전모 밝혀내야 하는 이유
입력 2018-06-26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