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수 입국 금지” “국민 상대 사기” 도 넘은 비난

입력 2018-06-24 21:42 수정 2018-06-24 23:45
24일 2018 러시아월드컵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 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축구 국가대표팀 장현수 선수에 대한 성토 글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멕시코에 패배한 후 수비수 장현수(27·FC 도쿄)에 대해 도를 넘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태클 수비 중 핸드볼 반칙을 범해 상대방에게 페널티킥을 내준 선수에 대한 비난이 모자라 각종 음모론마저 난무하는 상황이다. 한국팀의 경기력에 대한 비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특정 선수에 대한 과도한 비난, 패배의 원인을 선수 1명에게 돌리는 행동은 본질을 왜곡하는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장현수에 대한 국민 청원이 쇄도했다. 이날 오후 8시까지 모두 135건이 게시됐다. 이 중 99개는 멕시코전 경기에서 패한 뒤 올라왔다. ‘장현수의 입국을 금지하라’ ‘장현수가 국가대표에 뽑히게 된 경위를 조사하라’ ‘선수 자격 박탈, 국가대표팀에서 영구 제명하라’ ‘장현수의 군 면제를 취소하라’ 등의 내용이었다.

청원 게시자들은 “장현수 선수와 신태용 감독 등은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저질렀고 국가대표의 격을 떨어뜨렸다”며 분노했다. 심지어 장현수 가족까지 대한민국에서 추방해 달라는 등의 극단적인 청원 글도 있었다.

현재까지 참여 인원이 가장 많은 청원은 스웨덴전 이후인 지난 19일 게재된 ‘장현수의 국가대표 영구 제명과 축구협회 비리 전수조사’를 청원하는 글로 400명 이상이 참여했다. 장현수가 국가대표 선수로 뽑히는 과정에 협회와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음모론을 담은 청원이다. ‘장현수는 슬라이딩만 해서 한국까지 오게 해 달라’는 조롱성 청원에조차 70명 넘는 사람이 동참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가를 대표하는 축구선수가 실수를 했다고 인신공격이나 명예훼손 모욕을 하는 것은 성숙한 시민의 태도가 아니다”며 “대표팀에 많은 기대를 했던 국민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개인에 대한 비판으로 몰아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나서서 우려를 표했다. 임 실장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남은 독일전에서는 우리 선수들에게 근성과 투지의 축구를 강요하지 말자”며 “그냥 맘껏 즐기라고 해주자”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까지, 죽기 살기로, 육탄방어로, 전광석화 같은 역습을 통해, 반드시 이기라고 하지 말자”며 “더 이상 이쁜(예쁜) 우리 선수들을 죄인 만들지 말자. 이기기 위한 고육지책의 작전을 쓰기보다는 우리 선수들이 가장 잘하는 걸 하게 해주자”고 덧붙였다.

임 실장은 “체력이 좋은 전반에 수비가 좀 허술해지더라도 과감하게 포백 라인을 끌어올려 손흥민이 더 많은 슛을 날리는 경기를 보고 싶다”고도 했다. 또 “객관적 전력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한다면 좀 더 특별하게 준비하도록 도와주자”며 “감독이 소신대로 선수를 선발해 작은 습관부터 고쳐가며 신바람나게 4년 내내 손발을 맞추도록 해보자”고 제안했다.

최예슬 박세환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