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정치 거목’ 영면 애도

입력 2018-06-24 18:29 수정 2018-06-24 23:33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23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의 김종필 전 국무총리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이회창 전 국무총리도 24일 빈소를 찾았다. 공동장례위원장인 이한동 전 국무총리가 23일 취재진에게 장례 절차를 설명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이 24일 조문하고 있다(왼쪽 사진부터). 이병주 기자, 뉴시스


靑 “현대 정치사에 남긴 족적은 지워지지 않을 것”
정진석 등 ‘JP 키즈’들 앞다퉈 빈소 찾아가
日 정가에서도 추모 이어져…아베 “한·일 관계 기초 구축”


김종필(JP) 전 국무총리 빈소가 마련된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23일과 24일 정·관계 인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여야,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 전체가 한국 정치사의 거목(巨木)의 영면을 애도했다. 청와대도 “한국 현대 정치사에 남긴 고인의 손때와 족적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며 애도의 뜻을 밝혔다.

김 전 총리와의 인연으로 정계에 입문한 ‘JP 키즈’들은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앞다퉈 빈소를 찾았다. ‘JP의 입’으로 통했던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준 상주’를 자처하며 조문객들을 맞았다. 그는 “JP야말로 대한민국 산업화와 민주화에 공히 공헌했던 유일한 정치 지도자”라고 강조했다.

김 전 총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만든 ‘운정회’ 회장인 이한동 전 총리와 김 전 총리를 정치적 스승으로 모신 정우택 한국당 의원도 빈소를 지켰다. 포스트 JP로 불린 이완구 전 총리는 “JP는 국가와 국민 밑에 정당이 존재한다고 봤다. 그래서 당리당략에 얽매이지 않고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DJP 연합도 가능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 주요 인사들도 조문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김 전 총리는 정권교체라는 큰 시대적 책무를 다한 어르신”이라고 치켜세웠다. 김성태 한국당 당대표 권한대행도 “큰 어른을 잃었다. 절체절명의 당 위기 상황에서 JP의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기린다”고 했다. 이낙연 총리는 “과거 총리 대 기자로서 여러 차례 뵀다. 뵐 때마다 풍모나 멋, 식견에 늘 압도되곤 했다”고 회상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이회창·이수성·정운찬·한덕수·한승수 전 총리,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김동철 바른미래당 비상대책위원장,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이헌재·최각규 전 경제부총리 등도 빈소를 다녀갔다. 김 전 총리와 함께 ‘3김(金)’으로 불렸던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현철 고려대 특임교수, 김홍업 전 의원도 빈소를 찾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 아들 박지만 EG 회장 부부도 조문했다. 방송인 송해씨, 가수 하춘화·김추자씨, 배우 정혜선씨, 성우 고은정씨 등도 빈소를 찾았다.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 대리도 다녀갔다.

김 전 총리가 한·일 국교정상화에 물꼬를 텄던 만큼 일본 정가도 그를 기렸다. 오랜 교분이 있는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 총리는 조화를 보냈다. 오는 27일 김 전 총리 영결식에서는 나카소네의 아들 히로부미 참의원이 조사를 대독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조의 메시지에서 “김 전 총리는 한·일 관계의 기초를 구축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조화를 보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조화를 보내지 않았다. 이를 두고 김 전 총리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앙금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의 사촌형부인 김 전 총리는 2016년 언론 인터뷰에서 “박정희와 육영수의 나쁜 점만 물려받았다”며 박 전 대통령을 비난했었다.

이종선 이형민 심우삼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