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대출금리 고삐를 죄고 있다.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부채 부담 우려가 심상찮아서다.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는 연 5%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말까지 두 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리겠다고 예고하면서 시장금리 상승은 불가피하다. 금융 당국은 대출금리 산정체계에 주목하고 있다. 금리 인상기에 소비자들이 눈 뜨고 당할 수 있는 피해를 막겠다는 취지다. 시중은행장과 가계부채 관리 점검회의도 열 예정이다. 취약계층의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낮춰주겠다는 뜻이 숨어 있다.
24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2∼5월 9개 은행의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점검하면서 가산금리를 부당하게 책정한 사례 수천 건을 적발했다. 은행들은 주로 대출자의 소득을 빠뜨리거나 축소 입력하는 식으로 가산금리를 부풀렸다.
금융 당국은 대출금리 산정에 문제점이 발견된 만큼 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대출금리 산정 내역을 더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게 개선방안의 요지다. 은행권은 이를 ‘대출금리 인하 압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부 영업점 직원들의 실수인데 사실상 금리 산정의 원가까지 공개하라는 것은 지나치다는 불만도 나올 수밖에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의 자체 조사를 거쳐 (부당 수취이자에 대한) 정확한 환급 규모, 기간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소한 상행위를 통해 발생한 상사채권의 소멸시효(5년)를 적용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한다. 5년 전까지 소급해 부당하게 받은 이자를 돌려주라는 것이다.
금융 당국의 대출금리 압박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3월 은행권의 예대금리차가 벌어지는 상황을 두고 “이것이 타당한지 은행권에서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었다. 시장금리 오름세에 편승한 은행들의 ‘과도한 이자놀이’를 경고한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1∼3월 국내은행의 대출 평균금리는 3.35%다. 예금 평균금리는 1.29%로 예대금리차는 2.06%나 됐다. 이 기간에 예대마진으로만 9조7000억원을 벌어들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이자수익(8조8000억원)보다 9000억원이나 많은 규모다. 최근 3년간 예대금리차는 2015년 1.97%에서 지난해 2.03%로 증가했다.
여기에다 금융위는 금리 상승에 대비하기 위해 추진했던 최고금리 인하, 연체금리 인하 등의 정책이 어떤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 분석하고 미비점을 보완할 계획이다. 최 위원장은 25일 시중은행장 등과 가계부채 관리 점검회의를 연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시장에서 정해지는 금리를 금융 당국이 억제할 수 없다는 입장은 이전이나 지금이나 같다”면서도 “금리 인상기에 대출금리 움직임은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중요한 문제다. 계속 문제 제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찬 나성원 기자 jeep@kmib.co.kr
‘대출금리 상승’에 고삐 죄는 당국… 약발 먹힐까
입력 2018-06-25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