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준금리 인상폭 확대에 따른 달러 강세, 미·중 무역전쟁으로 신흥국 위기가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현재의 ‘고통’이 ‘고질병’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23일(현지시간) 지난해 10월 이후 30년 만기 장기국채 등급이 ‘투자등급 미만’으로 떨어진 나라 명단에 기존 6개국(아르헨티나 요르단 이집트 케냐 세네갈 코트디부아르) 외에 3개국(나이지리아 앙골라 가나)이 처음으로 추가됐다고 보도했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폴 그리어 신흥국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는 전에 보지 못한 현상”이라며 “문제는 고통이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JP모건 신흥국 통화지수(EMCI)가 지난 5일 65.937로 1년4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신흥국 통화가치가 올해 초 이후 10%가량 추락했다. 지난 19일 미 국채와 신흥국 채권의 차이를 나타내는 신흥시장채권지수 스프레드는 413을 기록하면서 2년 만에 400포인트를 돌파하기도 했다.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이달 초 2년3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아르헨티나와 터키에 이어 브라질이 신흥국 위기를 증폭시키는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나마 위안으로 삼을 수 있는 점은 아직까지는 경상수지와 재정적자, 과도한 외채에 시달리는 국가에서 자금 유출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펀드 평가사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설정액 10억원 이상 주식형펀드 중 신흥국 주식형펀드 수익률은 -4.24%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신흥유럽주식펀드와 신흥국중남미펀드가 각각 -6.44%, -11.75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신흥국아시아펀드는 -3.17%로 두 지역 펀드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
냇웨스트마켓의 외환전략가 만수르 모히-우딘은 “아시아 신흥국은 지금까지 견고한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로 신흥시장 투자자들에게 적합하다는 호평을 받아 왔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들 지역에도 리스크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 의지, 격화되는 미·중 무역 갈등을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아문디 자산운용은 미국의 대중(對中) 보복관세 부과가 중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을 0.3% 포인트 감소시킬 것으로 관측하면서 아시아 신흥국에 엄청난 타격을 준다고 우려했다.
여기에다 미국발 관세보복 전쟁이 유럽으로 확산되고, 유럽중앙은행(ECB)이 올해 말까지 양적완화를 중단하겠다고 예고해 신흥국 위기의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동훈 선임기자 dhlee@kmib.co.kr
美기준금리 인상폭 확대·美中 무역전쟁 여파… 신흥국들 ‘고통’ 넘어 ‘고질병’으로 확대 우려
입력 2018-06-25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