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지 않았더라도 근로자가 실제 업무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자유롭게 쉬지 못했다면 이는 근무시간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휴게시간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명령에서 해방된 완전히 자유로운 시간이라는 것이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동부지법 제1민사부(부장판사 김종원)는 퇴직근로자인 공모씨가 강북수산 주식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 관련 항소심에서 고용주 측의 주장을 기각하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공씨는 2013년 1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회사 물류팀에서 수산물 하역작업을 했다. 그는 오후 9시에 출근해 다음 날 오전 5시에 퇴근했는데 총 근무시간 8시간 중 1시간으로 명기된 휴게시간이 없었다며 법원에 연장근로수당 등에 대한 임금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고용주 측은 휴게시간을 보장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휴게시간은 오후 11시부터 자정까지로 하되 업무사정에 따라 달리 정해 운영할 수 있다’는 근로계약서와 취업규칙 규정을 들었다. 운반트럭은 시간 간격을 두고 주기적으로 들어오는데, 트럭이 없으면 자유롭게 쉴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휴게시간은) 현실적·시간적·장소적으로 근로에서 벗어나 근로자가 이를 자기 재량으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상태”라며 공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근로자들은 차량 입고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업무특성상 사업장 밖으로 나가거나 시간을 재량으로 조정·관리해 쓸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비교적 보장된 식사시간 30분은 휴게시간으로 인정해 공씨의 하루 근로시간을 7시간30분으로 봤다. 그러면서 고용주는 공씨가 보장받지 못한 휴게시간에 대해 미지급된 연장 및 야간·휴일근로수당과 퇴직금 등 약 385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고용주 측이 포괄임금제라 주장한 부분은 야간·휴일 근무가 감시·단속적 근로에 해당하거나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렵지 않고, 급여명세서 내역에 기본급·상여금·야간수당 등이 별도 항목으로 돼있다는 점 등을 들어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법원 “근무 중 작업 없을 때 쉬는 것, 휴게시간 아니다”
입력 2018-06-25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