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90에 제대로 이룬 것 없음에 한숨짓는다”

입력 2018-06-24 18:30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빈소에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생전에 자신의 묘비명을 미리 써뒀다. 2015년 부인 박영옥 여사가 숨진 직후였다.

그가 남긴 묘비명은 총 121자다. 그는 “한 점 허물없는 생각(思無邪)을 평생 삶의 지표로 삼았고 나라를 다스리는 마음의 뿌리를 무항산이면 무항심(無恒産而無恒心·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견지하기 어렵다)에 박고 몸 바쳤다”면서도 “나이 90에 이르러 되돌아보니 제대로 이룬 것 없음에 절로 한숨짓는다”고 썼다.

부인과 금실이 좋았던 것으로 알려진 그답게 묘비명에는 아내에 대한 사랑도 담겼다. 김 전 총리는 “숱한 질문에 그저 웃음으로 대답하던 사람, 한평생 반려자인 고마운 아내와 이곳에 누웠노라”고 묘비명을 마쳤다. 그는 2015년 박 여사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에게 “마누라와 같은 자리에 누워야겠다 싶어 국립묘지 선택은 안 했다”고 말했다.

이한동 전 국무총리와 강창희 전 국회의장이 공동장례위원장을 맡았다. 26일까지 조문을 받고 27일 오전에는 발인제와 영결식을 거행한다. 장례는 고인의 뜻에 따라 화장으로 치러진다. 유골함은 고향인 충남 부여로 옮겨져 그의 바람대로 아내가 묻힌 가족묘에 함께 안장된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