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취임 후 세 번째 정상회담을 하고 한·러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오는 9월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문 대통령을 초청했다.
한·러 정상은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정상회담 이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국제 교역장벽 철폐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한·러 간 서비스·투자 분야 FTA 협상 개시를 위한 국내 절차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러 FTA)의 목표는 양국 국민들이 더 큰 경제적 혜택을 누리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며 “특히 청년을 위한 일자리가 많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한·러 비즈니스포럼’ 기조연설에서도 “양국의 경제협력 확대를 위한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며 “향후 상품 분야까지 확대돼 상호 호혜적이고 포괄적인 FTA가 조속한 시일 내 체결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한·러 FTA 추진 방침을 밝힌 것은 북한과의 경제협력과 동북아 경제공동체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통상절차법에 따라 경제효과 분석, 공청회, 국회보고 등의 절차를 마치는 대로 러시아와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며 “이번 FTA는 한·유라시아 FTA와는 별개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오는 9월 11∼13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문 대통령을 초청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하반기 외교일정을 살펴본 뒤 빠른 시간 내에 답을 주겠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방경제포럼 참석을 요청한 바 있다. 남북 정상이 오는 9월 러시아에서 재회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가 진전돼 유엔 제재 완화·해제 여건이 조성될 경우 남·북·러 3각 협력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데 뜻을 모았다. 양국은 우선 철도와 전력망, 가스관 연결에 대한 공동 연구를 하기로 했다. 또 나진·하산 철도 공동 활용 사업을 포함해 철도 영역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두 정상은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한반도 종단철도 연결 관련 연구도 해 나가기로 했다.
한·러 양측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사항들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양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달성을 위한 공동 노력을 계속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를 위해 국제사회가 노력해야 한다는 것에도 공감을 이뤘다. 문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향후 한국을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고, 푸틴 대통령은 이를 수락했다.
한·러 공동성명은 32개 항으로 구성됐다. 회담 이후에는 한·러 FTA 관련 공동선언과 11건의 의료·산업 관련 양해각서(MOU) 체결이 이어졌다. 특허·과학기술과 관련된 7건의 MOU도 함께 체결됐다. 문 대통령은 23일 모스크바에서 로스토프나도누로 이동해 2018 러시아월드컵 한국 대 멕시코전을 관람하고 귀국길에 오른다.
박세환 기자
한·러 ‘서비스·투자 분야 FTA 협상 개시’ 합의
입력 2018-06-22 2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