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지긋지긋한 친박의 망령이 되살아난 것 같다”

입력 2018-06-23 04:03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도중 물을 들이켜고 있다. 의총에서는 계파 간 충돌이 재현됐고, 김 권한대행 면전에서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뉴시스

자유한국당이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에도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 계파 갈등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당 수습에 이미 착수한 것과 달리 한국당은 당 주도권을 둘러싼 계파 갈등이 고조되면서 연일 내홍만 거듭하고 있다.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은 22일 “정말 지긋지긋한 친박의 망령이 되살아난 것 같아 밤잠을 한숨도 못 이뤘다. 정말 참담하다”고 말했다. 전날 당 쇄신안을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에서 친박계와 비박계가 정면충돌한 것을 강한 어조로 비판한 것이다. 김 권한대행은 자신에 대한 당내 일각의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외부인사 중심의 혁신 비대위 설치 등 쇄신안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 권한대행은 또 ‘목을 친다’는 메모로 계파 갈등의 계기를 제공한 박성중 의원을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했다. 한 비박계 의원은 “친박계가 더는 김 권한대행을 흔들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박계는 계속해서 김 권한대행의 사퇴를 요구하며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는 분위기다. 김진태 의원은 “김 권한대행은 있지도 않은 친박에 기대 정치생명을 연명할 생각을 하지 말고 쿨하게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박근혜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을 지낸 유민봉 의원은 “모두가 한발 물러서고 가진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며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내홍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한국당 의원들이 총선 참패, 탄핵, 정권교체, 지방선거 참패를 겪고도 아직 제대로 된 반성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친박계나 비박계나 보수 몰락이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 상대방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친박계는 비박계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면서 보수가 몰락했다고 주장한 반면, 비박계는 친박계의 시대착오적 인식과 언행이 위기를 자초했다고 보고 있다.

친박·비박 갈등이 2020년 총선을 의식한 보수 주도권 싸움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인적 쇄신이 불가피한 보수 진영에서는 누가 당권을 잡느냐에 따라 인적 청산 범위가 정해질 것”이라며 “서로 청산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극렬하게 다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미 20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부터 탄핵, 분당(分黨) 등을 거치면서 누적된 오랜 감정의 골도 지속된 계파 갈등의 배경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친박계 한선교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비박계가) 존재하지도 않는 가상의 적(敵)을 만들어 자신들의 결속과 도덕적 우위를 노리고 있다”며 “애들 장난 같은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한국당은 외부에서 누군가를 영입하기에 앞서 누구를 정리하느냐의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면서 “앞으로도 이를 둘러싼 갈등이 오랫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선 이형민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