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아름다운 쇼는 없다… 아트 서커스 단체 ‘서크 엘루아즈’의 ‘서커폴리스’

입력 2018-06-25 04:04

주의해야 한다. 이 서커스엔 코끼리가 안 나온다. 과장된 표정으로 현란한 재간을 부리는 광대도 없다. 서정적인 리듬의 샹송이 깔리면 천장에서 외줄을 탄 곡예사가 붉은 원피스 자락을 휘날리며 꽃잎처럼 떨어진다. 도시 노동자로 분한 회색 양복 차림의 배우가 공중제비를 돌면 새하얀 서류뭉치가 그를 감싼다.

‘태양의 서커스’와 함께 캐나다를 양분하는 서커스 단체 ‘서크 엘루아즈’가 다음 달 5∼8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신작 ‘서커폴리스’를 선보인다. 2009년 작품 ‘아이디(ID)’를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한 뒤 9년 만의 방문이다.

서커폴리스는 1927년 독일의 프리츠 랑 감독이 만든 SF영화 ‘메트로폴리스’를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지상에는 자본가가, 지하에는 노동자가 사는 우중충한 잿빛 미래 도시를 대형 비디오 프로젝션으로 무대 위에 실감 나게 그려냈다.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아르데코 풍의 회색 건물 사이로 보랏빛이 도는 붉은 원피스를 입은 곡예사가 기교를 선보이며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잔잔하게 흐르는 반복적인 기계음과 음침한 조명은 익명의 도시에서 이름 없는 노동자가 겪는 일상적인 고독을 끊임없이 환기시킨다.

기묘한 몸짓까지 아름답게 그려내는 서크 엘루아즈의 작품답게 2012년 9월 초연 당시 해외 언론의 극찬을 받았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서커폴리스보다 큰 쇼는 많지만 더 아름다운 쇼는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작품은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을 포함한 전 세계 100여개 도시에서 공연돼 35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2014년에는 ‘뉴욕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에서 ‘특별한 공연 경험(Unique Theatrical Experience)’ 부문을 수상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12명의 곡예사가 연체곡예(사진), 디아볼로(공중에서 팽이 돌리기), 뱅퀸(사람 위에서 공중회전), 에어리얼 로프(줄에 매달려 오르내리기) 등 서커스의 대표적 기술 10여개를 선보일 예정이다.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2시. 일요일 오후 3시 공연.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