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 검찰 핵심 권력 손 못 댔다?

입력 2018-06-22 19:13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합의문 서명식 전 합의안 마련 진행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진통 끝에 마련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핵심은 검찰의 주요 권한인 수사지휘권을 폐지한 것이다. 수직 상하 관계였던 검찰과 경찰을 수평에 놔 서로 견제할 수 있게 됐다는 정부의 설명 뒤에는 ‘검찰의 힘을 뺀다’는 뜻이 깔려 있다. 그러나 조정안이 실제 ‘검찰권 약화’라는 효과를 낼지 명확하지 않다. 현재 조정안대로면 검찰 권력의 정점인 특수수사는 사실상 현상유지된다. 1차 수사권을 갖게 된 경찰 수사가 많아질 경우 송치 후 기소, 보완수사 요구, 견제 등도 더 필요해지기 때문에 검찰 형사부 조직도 축소될 여지는 작다. 자칫 검찰권 축소라는 원래 목표는 희미해진 채 ‘사법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 입장에서 분쟁 발생 시 1차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관문만 줄이는 셈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검·경 수사권 조정 최종 합의안에서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는 경찰이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검사와 직원의 비리사건은 물론 부패범죄, 경제금융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등 특수사건과 관련 인지사건(위증, 무고 등)으로 규정돼 있다. 현행 검찰 특수부의 수사 기능은 그대로인 셈이다.

검찰 내에서조차 검찰의 정치 권력화를 없애자던 검찰 개혁을 이루려면 특수수사를 줄여야 했던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22일 “수사권 조정 논의가 시작된 애초의 문제의식이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면서 “검찰 힘을 빼겠다는 정부와 경찰의 목표도 그다지 달성된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동일사건을 검사와 경찰이 중복 수사할 때 우선권도 검사에게 두도록 해 갈등의 여지가 남아 있다.

특수수사 외 직접수사를 경직적으로 제한한 것이 검찰 권력 견제 효과는 별로 살리지 못하고, 일반 국민의 선택권만 제한하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이유다. 서울 지역의 한 변호사는 “수사를 받는 피의자 입장에서도, 수사기관을 이용하려는 고소·고발인 입장에서도 경찰만 수사하도록 한 것이 어떤 실질적 이득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1차 수사가 제한되고 경찰 수사 과정에 개입할 여지가 사라짐에 따라 정보수집이나 내사 등을 맡아온 검찰 수사과 등의 역할은 축소되거나 재편될 수 있다. 검찰의 정보력 등도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마약·조폭 사건 등을 인지수사하는 강력부는 유지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공(對共)·선거(정당 관련 범죄 포함)·테러 등의 범죄를 맡던 공안부 기능도 대폭 축소된다. 법무·검찰 개혁위는 이미 공안의 기능을 축소하고 대신 노동·선거분야 전문 검사체제 개편을 주문한 바 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